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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다, 이제 대한민국은 다시 시작한다 [포스트 총선, 한국경제 나침반은]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1 17:53

수정 2024.04.11 18:16

'포스트 총선' 대혼돈의 개혁정책
(1) 몰려오는 난제들, 해법은
금리·물가·환율 '3苦' 내수침체 지속
국제유가도 100弗 육박 경제 비상등
수출 개선세에도 소득 늘지않아 한계
부동산PF發 위기설도 정책부담 작용
여당 총선 참패로 정부 정책운용 제한
금투세 폐지 등 정책 신뢰도에 치명타
공공요금 동결·유류세 인하 장담 못해
수백개 정책 제로베이스 검증 불가피
선거는 끝났다, 이제 대한민국은 다시 시작한다 [포스트 총선, 한국경제 나침반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참패로 '4·10 총선'이 끝났다. 선거는 끝났지만 공약은 남았다.

한국 경제 전반을 둘러싼 난제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물가는 불안하고 금리인하 조짐은 미약하다. 원·달러 환율은 치솟고 있다. 중동 불안에다 산유국 감산으로 국제유가도 배럴당 100달러 전망이 나온다.


금리·물가·환율 '3고(高)'영향에 내수침체는 이어지고 있다.

경제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여당 참패로 정부는 경제정책 운용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금리·물가·환율 '3고'…거시경제 비상

물가는 곧 민생이다. 1월 초 2% 내외였던 소비자물가가 2~3월 3%대 초반까지 치솟자 정부는 고강도 대응을 계속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도 높은 물가안정 지시를 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유류세 추가연장 검토"를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3월부터 유류세 인하 연장을 시행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4월 이후의 상황에 대한 공식언급은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우려가 깊다는 의미여서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물가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국제유가가 상승 국면이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에 안착하면서 100달러를 넘보고 있다. 총선 전날인 9일 만난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문제인 10일 총선과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지만 10일 전후로 종료되는 라마단 이후의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가져올 파장에 (정부 내부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적 충돌은 중동 정세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유가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최대 8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을 흔들 수 있는 요인인 셈이다.

유가상승은 물가불안을 가중시킨다. 여기에다 환율까지 상승세(원화가치 하락)다. 이렇게 되면 수입물가 상승을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가중된다.

■살아나지 않는 내수…대응책 한계

'3고'는 내수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물가는 떨어지지 않고 금리는 높은 상황이지만 소득은 늘지 않으면서 쓸 돈이 부족해서다. 다만 정부는 수출개선 온기가 내수로 전이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4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회복이 지체되고 있다"고 했다. 수출은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지만 내수는 어둡다고 진단했다.

KDI에 따르면 소비관련 지표는 마이너스 일색이다. 올 들어 2월까지 평균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감소했다. 2월엔 특히 승용차가 17.8% 판매가 줄었다. 통신기기·컴퓨터도 10.1% 감소했다. 서비스 소비 척도인 숙박·음식점업은 2월 한달 4.5% 감소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101.9)보다 낮은 100.7을 기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설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은 불씨다. 부실한 부동산 PF 구조조정을 총선 이후로 미뤄둔 상태여서 언제든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 부동산 PF 등 잠재리스크로 인해 위축된 건설경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올 1월과 2월 국내 건설수주는 각각 전년동기 대비(잠정) 39.6%, 24.1% 감소했다. 건설이 무너지면 성장도 흔들린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 분야 비중은 15.4%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를 최우선으로 안정시킨 후 소비진작 카드를 써야 하지만 일단 첫 단계가 난제"라며 "정부의 정책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포스트 총선…정부, 정책여력 좁아져

4·10 총선 결과 국민의힘이 참패하면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정부 경제팀은 올 하반기 정책여력에서 제한이 불가피하다. 감세를 통한 소비진작 등에 집중해 왔지만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법안들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정책 운용의 한계가 21대 국회에 비해 한층 더 뚜렷해졌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사실상 '총선 승리' 조건부로 수많은 정책을 쏟아낸 정부는 정책 신뢰도에서도 치명타를 입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대표적이다. 전폭적인 상속·증여세 완화 기조도 야당의 손에 운명이 달렸다.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제기한 '일부 품목 부가가치세 완화 및 간이과세 기준 상향'도 결국 야당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업에 지원되는 각종 비과세 조치 역시 국회 재논의를 거쳐야 한다. '대기업 감세'와 '세수 부족'이라는 반대 논리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입법을 장담하기 어렵다.

'3고' 지속도 정부의 정책운용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우선 공공요금 동결 문제다. 정부는 물가불안 우려가 높아지자 한국전력의 연료비조정단가를 올 2·4분기까지 1·4분기와 같은 kwh당 5원 유지를 결정했다. 한전이 원가보다 싼 전기를 공급하면서 40조원대 누적적자가 발생한 만큼 하반기에는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3고가 지속되면 이같은 정책스케줄은 꼬일 수 있다. 하반기에도 인상이 어려워진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지만 최근 국제유가 불안으로 2개월 추가연장에 무게가 실린다. 세수부담은 계속된다는 의미다.

재정집행도 상반기에 집중됐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집행률 65%를 달성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2월 말 기준 목표 388조6000억원 가운데 121조3000억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조8000억원 늘었다.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투입하고도 내수침체, 대외불안이 이어지면 정부 정책여력은 갈수록 제한 될 수밖에 없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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