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병원

전공의 대신할 '입원전문의', 낮은 수가로 한계...정부, 현실성 있는 장기대책 마련해야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2 10:52

수정 2024.04.12 10:52

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 한송이 교수
지난 11일 대구 시내 대학병원에서 신발을 벗은 한 환자가 의자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1일 대구 시내 대학병원에서 신발을 벗은 한 환자가 의자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입원전담전문의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3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의 배치 기준을 강화해 전문의 고용을 증가시켜 환자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전공의는 제대로 수련받을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전문의들이 입원환자 진료의 책임을 맡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있다.


12일 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 한송이 교수는 "우리나라 병원이 전공의들의 과중한 노동으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음은 이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한국 전공의는 주당 근무시간이 최대 80시간, 연속해서 근무하는 시간(당직을 포함)은 최대 36시간"이라며 "이것은 영국과 유럽이 최대 근무시간과 연속 근무시간을 각각 48시간, 13시간으로 규정한 것에 비하면 살인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현대의학이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어 종종 의사들이 환자의 전반적인 문제보다 전문분야에서 다루는 질병에만 집중하게 되는 역설이 존재한다"며 "입원환자들이 고령이고 한 두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치료받고 있는데다 입원의 원인이 된 질병은 종종 중증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효과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면 특정분과 전문의 혼자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입전의가 진단평가와 입원하게 만든 문제를 해결하는 일반적 의료를 먼저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분과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입전의제도 도입 후 입전의의 주말을 포함하는 연속적인 근무가 입원환자의 중환자실 입실 및 사망 위험을 낮췄다. 환자들의 응급실 체류시간과 재원기간이 단축됐고 환자와 간호진의 만족도가 증가했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시범사업 시행 후 6여년만에 384명까지 증가했던 입전의 수는 지난해 326명으로, 입원전담병동은 194개에서 178개로 감소됐다. 쭉 뻗어나기만 할 것 같던 입전의 제도가 급히 뒷걸음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교수는 "이탈한 이들의 대부분은 24시간 병동 근무자로 교대근무와 많은 환자 또는 중증 환자로 스트레스를 받는 등 번아웃에 노출된 상태였다"며 "교수와 전공의 사이에 애매하게 놓여져 있는 불안정한 사회적 위치와 계약직 신분에 따른 미래 불안감, 거기에 일반 봉직의의 절반에 불과한 급여가 입전의들을 떠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 입전의의 수와 근무 방식(주7일, 24시간 근무할수록 높은 점수) 등이 평가항목으로 적용됐다. 이에 입전의를 구하기 힘든 지역대학병원들은 연봉을 3억~4억원까지 제시하는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건강보험은 수가를 비현실적으로 지불했기에 병원들은 운영을 포기하게 됐다.

한 교수는 "시범사업 동안 환자 1인당 1만5000원부터 4만3000원 정도의 수가가 책정돼 있었는데, 이는 미국의 수가인 200달러에 비하면 매우 낮은 금액"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주 80시간 일하고 월 400만원 급여의 전공의를 고용할 것이냐 주 40시간에 1500만원의 전문의를 고용할 것이냐의 선택은 이미 병원 경영자들에게는 답이 정해진 질문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의료전달체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정부 방침은 긍정적인 발상의 전환이지만 싸고 좋은 것은 없다"며 "현실성 있는 장기적 대책이 없이 인기에 영합해 뱉어내는 말들은 건보료 상승과 의료대란이라는 날카로운 비수가 돼 국민들의 가슴에 꽂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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