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의-정 대화, 국회 중재로 대타협 모색해야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2 16:01

수정 2024.04.12 16:05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두 달이 넘어가는 의료 공백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야권 압승 여당 참패로 끝난 4·10 총선이 분기점이다. 정부는 민심을 살피면서 갈등 장기화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모양새다. 병원 이탈 전공의에 대한 3개월 면허정지 절차를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여당 참패로 총선이 끝났다고 해서 난제가 당장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의사집단은 총선이 끝나자 "의대 정원 증원을 철회하라"며 대정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정부의 잘못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강경 대응을 견지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정부의 공권력에 교육의 자주성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전의교협은 각 대학 총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 "교육부로부터 배정받은 증원을 반납할 것"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의사집단이 똘똘 뭉친 것은 아니다. 의대 증원 철회를 동일하게 주장하지만 의·정 책임론과 세부 입장에선 의견이 갈린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료공백 사태를 촉발한 정부가 물러서야 한다" "의료전달체계 왜곡에 의사들도 책임이 있다"는 등 강경·온건파의 주장이 나뉜다. 게다가 의협, 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 여러 의사집단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합동 기자회견조차 합의하지 못할 정도로 내분이 노출된 의료계가 단일안을 내놓기는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집권 여당의 총선 참패로 의료개혁 동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사 확충과 의료개혁의 취지, 내용은 정치적 판단을 떠나 상당수 국민들이 지지하고 공감한다. 의대 증원은 물론, 지역·필수의료 강화, 불합리한 의료수가제도 개정, 열악한 전공의 처우 개선, 비대면 원격진료 허용, 진료보조(PA) 간호사 확충 및 법적 보호 등은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의료개혁 원칙과 내용이 크게 후퇴해선 안된다. 인적 쇄신을 약속한 정부와 여당은 대화의 테이블을 더 크게 넓게 열어놓기를 바란다. 정책 추진의 강약과 속도를 조절하며 출구를 찾아가되, 의사 증원과 의료개혁 자체를 포기해선 안될 일이다. 여기서 의료개혁을 중단할 경우 이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실망은 클 것이고 정부의 신뢰는 무너질 것이다. 이번 정부의 남은 3년간 해내야 할 노동·교육·연금 개혁 등의 과제들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계는 내분과 갈등 속에서도 공통된 입장을 모아야 한다. 구체적인 증원 숫자 없이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전제 조건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 대안을 만들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회가 중재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역대 가장 많은 의사 출신 8명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의사 확충, 공공의대 설립 등 전향적인 의료개혁을 주장한 인물들이 다수다.
이들이 의사 확충, 의료체계 개혁 등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 의사,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자'는 등의 여러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국회는 의사 편도 정부 편도 아니고, 오로지 국민을 보고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개혁을 위한 중재와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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