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이해인의 기능의학] 다이어트의 시작, 장(腸) 퍼스트 마인드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3 10:00

수정 2024.04.13 10:00

[파이낸셜뉴스] 최근 의학 분야의 공통 관심사가 문제의 '근본'으로 쏠리기 시작하면서 동서양 의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참다참다 아파서 가는 병원'이 아닌, '건강해지고 아프지 않으러 가는 병원'이 되도록 '기능의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이해인의 기능의학] 다이어트의 시작, 장(腸) 퍼스트 마인드


세찬 봄비가 내리고, 흡사 초여름을 연상시킬만큼 따스한 날씨가 시작되었다. 달력을 보니 어느덧 4월, 아직 아침저녁으로 조금 쌀쌀하지만 이제 완연한 봄날이다.

새로운 시즌을 맞아, 클리닉에 오는 환자들의 유형도 조금씩 바뀐다. 옷이 얇아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 몸만큼 미운게 없다고들 하는, 다이어트 고민자들이 늘어나는 시즌이다.


지난 칼럼에서 다이어트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비유한 적이 있다. 개중 첫 번째였던 환경(Environment)에서 좀더 깊이 들어가보자. 대사량 등 환자의 건강 전반에 걸쳐 밸런스가 이뤄져야 하는 점은 당연하지만, 근본적으로 비만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를 것이다.

우리가 몰랐던 비만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장 건강'에 있다. 우리 몸에서 가장 긴 기관이니만큼 여러 기능요소들을 갖추고 있고, 흔히들 아는 '소화기능'은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장의 기능에 관련한 2가지 별칭도 있다. 첫째는 '제 2의 뇌'이다. 실제로 장에는 뇌 다음으로 많은 신경세포들이 있다. 특히 인간의 3대 욕구인 식욕, 수면욕, 성욕에 모두 관여한다는 호르몬 '세로토닌'의 대부분이 분비된다.

장의 건강상태가 곧 우리의 기분과 행동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아무리 머리로는 먹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 아이스크림 통에 숟가락을 꽂고 있는 상황은 뇌보다 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강했던 것이다.

두번째는 '내 몸의 금고'다. 섭취한 영양소가 흡수되고 사용(대사)되는 곳이기에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면역력에 있어서도 금고와도 같다. 장에는 우리 체내 면역세포의 70%가 존재한다. 이런 거대한 면역기관이 안전하게 운영되어야 건강한 다이어트 역시 가능한 셈이다.

그렇다면, 장 상태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생리현상에서부터 자가진단이 가능하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때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과민성 대장을 필두로, 가스(방귀)가 잦은 상황, 소화불량과 변비 등 평소 우리가 겪는 많은 상황들은 장내 유해균이 많아지며 장 점막과 면역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신호다.

신호가 오면, 어김없이 후속타가 온다. 쉽게 피로해지는데 체중도 잘 늘어나고, 염증현상으로 여기저기가 아파진다. '피곤해서 몸살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의외로 장 내 염증이 많아지며 이런 현상이 많다.

장에는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손상된 장 점막을 고치고 새로운 세포를 생성하는데에는 글루타민 등의 아미노산이, 이미 자리잡은 염증들을 제거하는 항산화 영양소들이 필요하다. 물론 처방으로 완치되는 건 아니다.
소위 '급한 불을 끈' 이후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안정된 장 상태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시즌이지만, 정작 문제가 무엇에서 시작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내 몸에서 가장 큰 기관, 장부터 챙기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다이어트의 시작이다.

/ 이해인 원스클리닉 압구정 프리미엄센터 대표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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