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이란, 확전 피하기 위한 '보정된' 보복 시사...심리전에 그칠 수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3 07:25

수정 2024.04.13 07:25

[파이낸셜뉴스]
이란군이 지난해 10월 28일(현지시간) 이스파한에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이란은 양국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을 정도의 정교한 보복작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뉴스1
이란군이 지난해 10월 28일(현지시간) 이스파한에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이란은 양국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을 정도의 정교한 보복작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뉴스1


이란이 이른바 정교하게 '보정된(calibrated)' 방식으로 이스라엘에 보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을 이스라엘이 공습해 혁명수비대 장군을 비롯해 7명이 목숨을 잃은데 대한 보복은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이스라엘과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하는 방식의 보복이라는 것이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중동지역내 이스라엘 외교시설을 공격 목표로 삼을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이란과 미국간에서 막후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오만이 현재 이란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전망이 나왔다.

보복 불가피


이란은 어떤 식으로든 이스라엘에 보복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가 두 번이나 보복을 다짐한터라 보복을 안 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개입을 부를 수도 있는 정도의 강한 대응은 피하려 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측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지도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방안을 논의하기는 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 이스라엘 지원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의지는 강력하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구축함 2척을 포함해 전함들을 이스라엘 지역으로 급파했다. 이 가운데 최소 1척은 이지스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스라엘 방어에 진력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이스라엘 방어를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조만간' 실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이란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란, 이스라엘 피 말리기

이란은 아직 보복을 결행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의 불안감을 극도로 끌어올려 어느 정도는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이란은 보복이 임박했다는 점을 흘리면서도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 또 막상 실행에 옮길지에 대해서는 연막을 치고 있다.

이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보복에 따른 정치적 충격을 최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이 양측간 전면 대결로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제한하되 이스라엘을 초조하게 만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란 내부 소식통은 이란이 의도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치게 만드는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심리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고도의 경계상태를 유지해 스스로 진이 빠지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피를 말리는 심리전이다.

그는 아울러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여러 옵션을 '조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함구했다.

이스라엘은 이 작전에 이미 말려들고 있다.

이란이 언제, 어디를 공격할지 몰라 극도의 긴장 상태에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시민들에게 발전기, 필수품 등을 쌓아두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심리전으로 그칠 수도


일부에서는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이 심리전으로 그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서방 외교관은 여러 요인들로 인해 이란이 막상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결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중동 우방국의 이스라엘 외교시설을 공격할 경우 이란의 외교관계 고립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이 이를 피하기 위해 이란과 사이가 나쁜 나라에 있는 이스라엘 외교시설을 공격하려고 마음 먹더라도 실제 공격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스라엘은 다양한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란 지원을 받는 레바논과 시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가 중거리 로켓과 드론으로 공격할 가능성과 함께 더 먼 거리에서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


한편 이란과 이스라엘은 2018년 시리아 주둔 이란군이 이스라엘에 직접 공격을 가한 것을 제외하면 상대방 영토에 직접 공격을 가한 적은 없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