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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동발 경제 충격 최소화할 비상플랜 짜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4 19:34

수정 2024.04.14 19:34

이란, 이스라엘 본토 첫 공격 감행
실물 경제·금융 면밀 점검 대응을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을 향해 수십∼수백 대의 무장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쏘며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 그래픽=연합뉴스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을 향해 수십∼수백 대의 무장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쏘며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 그래픽=연합뉴스
중동 정세가 세계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보복을 감행한 것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이에 이스라엘도 재보복을 선언했다. 제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지 세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확전으로 치달을 경우 글로벌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도 당연히 타격을 받는다. 중동발 유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대외악재에 매우 취약하다. 1970년대에 오일쇼크를 겪었듯이 이번 중동의 위기는 아직도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를 다시 부추길 것이다.

국제유가 급등은 코앞에 닥친 문제다. 이란의 보복공격 전인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가 92달러를 웃돈 것은 5개월여 만이다. 일각에선 이번 무력충돌이 국제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이어질 경우 배럴당 120∼130달러대로 치솟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받을 영향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배럴당 81달러(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짰던 경제정책 방향도 다시 세워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동사태와 관련, 14일 긴급 경제안보회의를 개최했고, 기획재정부도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잖아도 잡히지 않는 물가에 미칠 충격파는 더 큰 고민이다. 총선 이후 전기와 가스 요금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유가가 재급등하면 국내 물가상승에 미치는 압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가관리는 더 어려워질 것이고, 정부의 역할은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 물가당국은 3월 3.1%를 정점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동발 돌발변수로 전망치가 어긋나게 됐다.

결과적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큰 악재를 만났다.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면 올해 초부터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나라 수출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내수는 더욱 나빠질 수 있다. 물가가 더 오르면 소비도 얼어붙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안갯속에 빠질 수 있다. 유가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예상보다 더 미뤄질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우리가 경험했듯이 우리가 대처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국내 금융과 외환 시장에 미칠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동향을 상시 점검하는 것 정도다. 설상가상의 국면에서 국민이 할 수 있는 것도 기름을 아껴 쓰는 등의 절약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그동안 해왔듯이 가능한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도리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총선 이후 집권여당의 참패로 국정운영 공백까지 겹치고 있다.
정부는 속히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의 인적쇄신을 마무리지어 국제적 위기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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