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지급결제 신용리스크 ‘뚝’...한은 “차액결제 담보비율, 내년 8월까지 ‘100%’로 인상”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5 14:43

수정 2024.04.15 17:41

한국은행, 2023년도 지급결제보고서 발간
8월부터 차액결제 담보비율 100%로 인상
실시간 총액결제 도입해 신용리스크 제거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10만명 참여
5개 기축통화국과 ‘아고라 프로젝트’ 참여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지급결제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지급결제보고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이 은행 간 차액결제 이행용 담보증권 제공비율(차액결제 담보비율)을 현행 80%에서 내년 8월까지 100%로 높이기로 했다. ‘신용리스크’ 부담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로 고객 간 자금이체와 금융기관 간 결제도 동시에 이뤄지는 실시간 총액결제 방식도 도입된다. 아울러 올해 5개 기축통화국이 참여하는 ‘아고라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와 예금토큰을 활용한 통화시스템의 개선 가능성도 모색하기로 했다.

■내년 8월까지 차역결제 담보비율 100%로 인상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15일 한국은행은 ‘2023년 지급결제보고서’를 통해 "차액결제 이행용 담보제공 비율을 올해 8월에는 90%, 내년 8월에는 100%까지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A은행과 B은행이 하루에 주고받은 돈을 계산(청산)한 후 다음 날 오전 11시 한국은행 금융망을 통해 차액만을 결제하는 이연차액결제 방식을 채택 중이다. 이 방식은 A은행이 파산 등의 이유로 B은행에 차액을 지급하지 못할 때 ‘신용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어 한은은 결제 미이행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기관별 순이체한도를 설정하고, 증권을 담보로 받아왔다.

한은은 담보제공비율을 기존 30%에서 점진적으로 인상해 지난해 8월에 80%까지 끌어올렸고 올해 8월에는 90%, 내년 8월에는 10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금융위기 이후 제정된 국제기준(PFMI)에서 지급결제시스템의 신용리스크를 완전히(100%) 제거하는 수준의 담보 확보를 권고함에 따라서다. 이에 은행들이 한은에 낸 담보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82조2000억원 수준에서 담보제공 비율이 100%로 인상되는 내년 97조1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리스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시간 총액결제(RTGS) 시스템도 도입된다. 신속자금 이체시스템인 RTGS는 수취인 계좌로의 입금과 은행 간 결제가 실시간으로 이뤄져 이연차액결제 방식과 달리 신용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다. 한은은 오는 2028년 도입을 목표로 RTGS를 추진 중이다.

한은은 “RTGS 방식 신속자금이체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에는 참가 금융기관의 협조가 긴요하다는 점에서 민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협의회를 개최하여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있다”며 "민간 금융기관과의 지속적 협의를 통해 최적의 IT 시스템 구성 및 운영 방식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은, 5개 기축통화국과 ‘아고라 프로젝트’ 참여
한국은행의 CBDC 관련 연구 현황.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의 CBDC 관련 연구 현황. 한국은행 제공.
아울러 한은은 올 연말께 최대 10만명의 국민들이 참여하는 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하는 등 관련 사업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2010년 이후부터 현금 사용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가능성이 커지자 한은은 CBDC 연구·개발을 통해 지급결제 환경변화에 대응해 왔다. 범용(retail) CBDC를 중심으로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CBDC 모의실험을 진행하고 그해 7월부터 5개월 간 금융기관과의 연계실험을 한 한은은 지난해 기관용 CBDC, 예금토큰을 기반으로 하는 활용성 테스트도 진행했다.

특히 한은은 5개 기축통화국(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및 멕시코 중앙은행 등 7개국 중앙은행과 ‘아고라 프로젝트’에도 참하기로 했다. 민간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국제금융협회(IIF)도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와 예금토큰을 활용해 통화시스템의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각국이 진행한 국내 사례 중심의 실험을 넘어 국가간 지급결제(해외송금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살펴볼 계획이다.

한은은 CBDC 활용성 테스트는 국내 지급결제 환경에서 실제 상거래를 통해 민간 디지털통화의 활용사례를 점검하는 반면, 아고라 프로젝트는 주요국과 협업하여 국가 간 지급결제의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BSI가 주도하며 향후 BIS는 민간 금융기관의 프로젝트 참여 의향을 조사하는 공고를 낼 예정이다. 민간 참가 기관의 모집 및 중개자 역할은 IIF가 수행하게 된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범용(retail) CBDC를 발행하게 되면 민간 예금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중개 기능이 미흡해지면서 민간 영역을 침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홀세일 예금 토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CBDC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그 내용과 궤를 같이하는 아고라 프로젝트는 힘 있는 5개 기축통화국과 우리나라, 멕시코까지 참여하면서 앞으로 실제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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