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이스라엘·이란 모두 실리 챙겼다 [정부 '중동 사태' 촉각]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5 18:19

수정 2024.04.15 18:19

"보복할 힘 있다" 보여준 이란
'99% 요격' 이스라엘 군사력 입증
美, 동맹국에 '유사시 지원' 신호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태블릿PC로 이란의 미사일 공격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안보리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란은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약 5시간에 걸쳐 약 170개의 드론, 30기 이상의 순항미사일, 120기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이란 영토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태블릿PC로 이란의 미사일 공격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안보리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란은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약 5시간에 걸쳐 약 170개의 드론, 30기 이상의 순항미사일, 120기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이란 영토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이 이스라엘에 14일(현지시간) 드론과 미사일 300여발을 발사한 뒤 가자전쟁이 중동전으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확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복에 나섰던 이란이나 보복공격을 당한 이스라엘, 또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한다고 선언한 미국 등 관련 3개국 모두가 승자이기 때문이다.

AP는 14일 이번 전쟁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는 있지만 모두가 자존심을 세우고 성과를 낸 터라 실제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낙관했다.

■이스라엘, 군사력 입증

지난해 10월 7일 보잘것없는 군사력을 지닌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심각한 피해를 입으며 체면을 구겼던 이스라엘은 이란의 이번 보복공습으로 되레 탄탄한 군사력을 입증했다. 이란이 발사한 300여발의 공격용 드론과 미사일들을 99% 요격,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공망 성능을 과시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이 여전히 중동·아랍 지역에서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스라엘은 또 동맹국들의 지지도 재확인하는 성과까지 거뒀다. 가자전쟁에서 주민들의 목숨을 빼앗고, 이들을 기아 위기로 몰아넣으면서 점차 국제사회에서 고립됐지만 이란의 보복공습 속에 미국과 서방이 다시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됐다.

■이란, 종이호랑이 아니다

이란은 지난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대사관이 이스라엘에 피습당해 장군 2명을 포함, 7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을 결행하는 강단을 보여줬다. 이스라엘을 치면 중동전으로 전쟁이 확대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이란이 가장 꺼리는 미국의 개입을 부를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서도 이란은 보복을 강행했다.

누군가 건드리면 이란도 보복할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내부적으로도 이스라엘에 끌려다닌다는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게 됐다.

다행히도(?) 이번 대규모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요격이 성공하면서 피해가 경미했다는 점도 성과다.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하는 대신 동맹들의 만류를 핑계 삼아 가자전쟁에 집중할 수 있는 명분도 줬다. 이란은 특히 드론·미사일 발사 수시간 뒤 이제 작전은 끝났다고 선언, 이스라엘이 발을 뺄 수 있도록 출구도 만들어줬다.

■미, 동맹에 확실한 신호

미국은 이번 이란의 공습으로 동맹국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

동맹국들은 미국 내에서 높아지는 고립주의 속에 유사시 미국의 지원이 있을지를 점차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대만, 이스라엘 지원법안이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퇴짜를 맞고 올 11월 대통령선거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우산을 접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불안감은 높아졌다.

그러나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자 미국은 전함들을 이스라엘에 급파했고, 보복공습이 시작되자 곧바로 이스라엘 지지를 재확인했다.

군사지원법안을 탐탁잖아 하던 하원 공화당도 즉각 법안을 다시 마련키로 하는 등 필요하면 미국이 지원에 나선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아울러 미국은 공군을 동원해 이스라엘로 가는 드론들을 격추, 확실한 군사력을 입증했다. 유사시 미국은 즉각 개입할 것이라는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줬고, 동맹들의 의구심도 완화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아울러 이번 공습에서 보여준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의 추가 대응 억제를 압박하고, 가자전쟁 휴전협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지렛대도 확보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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