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교보생명이 지난해 리딩컴퍼니 삼성생명보다 더 많은 초회보험료를 거뒀다. 이는 은행에서 판매된 고금리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매출 증가 영향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교보생명이 지난해 IFRS17 도입에도 미래가치 확보를 위한 포트폴리오 전환보다 현재가치 확보에 더 치중한 경영 전략을 펼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보생명의 초회보험료는 4조 1324억 원으로 삼성생명의 3조 3648억 원을 앞질렀다. 이들과 함께 생명보험 업계 빅3를 이루고 있는 한화생명의 지난해 초회보험료로 3361억 원이다.
초회보험료는 보험계약이 성립 이후 보험계약자가 최초로 납입하는 보험료로 보험사의 직접적인 매출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하기도 한다.
교보생명이 초회보험료에서 삼성생명을 제친 것은 일시납 초회보험료의 영향이다. 지난해 교보생명의 일시납 초회보험료는 4조141억 원으로 전체 초회보험료의 97.1%를 차지했다.
삼성생명의 일시납 초회보험료는 3조 1318억 원으로 전체 초회보험료의 93.1%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의 지난해 일시납 초회보험료는 전체 생보사의 55.7%를 차지했다.
교보생명은 일시납 초회보험료 금액 규모에서 삼성생명을 앞질렀으나, 일시납 초회보험료 계약 건수에서는 삼성생명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교보생명은 지난해 고액 일시납 계약을 많이 체결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교보생명의 초회보험료 급증은 ‘교보하이브리드연금보험’의 흥행 영향이다. 이 상품은 지난해 초 4.6% 수준까지 금리를 보장했고, 이후에도 확정이율로 3% 중반 수준의 금리를 보장했다.
교보하이브리드연금보험 등 교보생명의 저축성 상품들은 주로 방카슈랑스에서 판매됐다. 지난해 말 교보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3조 6414억 원으로 전년인 2022년 대비 56.1%나 급증했다. 또 설계사, 대리점 등 전체 대면채널의 초회보험료 중 방카슈랑스의 비중은 무려 87.9%나 차지했다.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일시납 연금을 집중적으로 판매한 결과 교보생명의 현금보유 규모도 급증했다. 지난해 말 교보생명의 현금보유액은 3조 9827억 원으로 전년이 2022년 말 1조 9751억 원 대비 무려 56.1%나 증가했다.
이는 삼성생명의 3조 2722억 원보다도 앞섰고, 전체 생보사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전체 생보사 현금보유액은 18조 2930억 원이고 이중 교보생명의 비중은 21.8%에 달한다.
지난해 IFRS17 도입에 따라 대부분의 생보사는 저축성보험의 판매를 크게 줄이는 등 포트폴리오 개선에 나섰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다. IFRS17 체제에서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은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CSM은 IFRS17 체제에 새롭게 등장한 수익성 지표로 보험사의 미래이익을 가늠하는 지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예정이율 기준 연금보험의 보험계약마진율은 1.9% 수준으로 건강보험 18.8%, 종신보험 4.0% 대비 미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마진율은 상품별 이익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특히 저축성보험은 다른 상품보다 회계상 부채로 더 크게 인식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의 지난해 일시납 초회보험료 급증에 대해 미래가치 확대를 위한 포트폴리오 전환 보다 현재가치 확보에 더 비중을 둔 경영 전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지난해 일시적으로 저축성보험 매출 확대에 일시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부터는 건강보험 위주의 보장성보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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