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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6개월·4번 재판 끝에 찾을 길 열린 피싱 피해 100만원 [서초카페]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6 12:32

수정 2024.04.16 12:32

피싱범에 빼돌린 돈이 타인 가상계좌로 넘어가 카드대금으로 인출
대법 "금전적 이득 취하지 않았어도 카드대금 채무 면한 것"
대법원 대법정.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대법정.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피싱범에게 속아 100만원을 사기당한 피해자가 2년 6개월 동안 4차례의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았다. 다만 실제 이득을 취한 소송 당사자의 행방이 불분명해 피해 회복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6일 법조계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2021년 10월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수리비가 필요하다”는 자녀의 문자를 받게 된 A씨. 그는 자녀가 알려주는 대로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했지만 결국 피싱범의 사기행각이었다.

피싱범은 A씨의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 정보를 얻어낸 뒤 휴대전화에 원격조정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또 다른 인물인 B씨의 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했다.

A씨는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됐지만 100만원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돈은 이미 B씨 계좌에서 카드대금으로 빠져나간 후였기 때문이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 카드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카드사의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며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B씨에 대한 소송장을 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재판에서 이길 수 없었다. “B씨 계좌에 송금된 돈을 B씨가 사실상 지배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법원은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B씨가 모르는 사이에 입금된 돈이 카드대금으로 자동 결제됐으므로 부당이득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A씨와 공단의 항변은 항소심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B씨가 얻은 이익은 송금 받은 돈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카드대금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이라며 “원심 판결은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며 지난달 28일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가 범죄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해도 그의 계좌가 범행에 사용되면서 결과적으론 이득을 얻게 됐다는 취지다.

다만 A씨가 언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B씨의 행방을 여전히 알 수 없어서다.
1심부터 상고심까지 A씨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김덕화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A씨의 입장에서 100만원은 큰돈”이라며 “재산명시 등을 통해 B씨의 재산이 확인되면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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