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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면전 촉발없는 '보복' 가능할까?[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7 06:00

수정 2024.04.17 06:00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회색지대전략은 전면전도 평화도 아닌 상황서 강압 통한 상대 이익 잠식 술(術)  -중국, 패권 경쟁...남중국해 내해화 목표, 인·태지역서 강자 미국 상대로 벌여와  -북한의 핵무력 완성은 1952년부터 70년 이상 지속된 회식지대전략 가동 결과  -이란, 이스라엘 본토 공습....이스라엘도 중동 확전 우려 속 대응 옵션 고심 관측  -이스라엘, 확전 없는 '고통스러운 보복' 선택 고려 보도, 회색지대전략 창출 의문  -회색지대전략은 전시 아닌 평시 전략, 중동 화약고 심지 붙이는 결과 초래 우려  -서서히 잠식 아닌 상대방이 '고통' 느낀다면 '전쟁' 없는 보복은 유도하기 어려워  -이스라엘, 의도와 결과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제대로 인식해 대응 옵션 정교화 필요  -이란 두둔 입장 북한, 이스라엘 대응 주시...한국도 중동 주시 안보태세 확고히 해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회색지대전략은 전면전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화도 아닌 듯한 방식의 간접적인 공세와 강압을 통해서 상대방의 이익을 잠식하는 술(術)을 일컫는다. 보통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가 강자를 상대로 벌이는 우회전략이다. 패권 경쟁에서 도전국 중국이 패권국 미국을 상대로 구사하는 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중국이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을 상대로 구사하는 방법이 회색지대전략으로 회자된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구사하는 회색지대 자산은 해상민병, 법률전 등 비군사적 요소들이다. 사실 중국은 회색지대전략을 통해 남중국해 내해화라는 목표를 90% 달성했다고 평가될 정도로 그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회색지대전략은 약자만의 전략도 아니다. 또한 비군사적 자산뿐 아니라 군사적 자산이 동원되기도 한다. 중국은 러시아와 연합공세를 통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Korea Air Identification Zone) 내 군용기를 수시로 진입시키며 해당 공역을 회색지대화하고 있다. 북한도 회색지대전략을 통해 핵무력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도 70년 이상 회식지대전략을 가동시켜 온 결과다. 북한은 6·25전쟁 중이던 1952년 소련의 도움을 받아 원자에너지 조사연구소를 설립한 후 지속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2018년에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이제는 핵무력정책법을 통해 핵무기 사용절차까지 마련해 둔 상태다. 회색지대전략을 통해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이 최근에는 회색지대전략에서 탈피하여 공식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본격화하며 흑백지대전략을 가동시키는 상황이다. 이처럼 회색지대전략은 우회전략이지만 직접전략에 버금갈 정도로 방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시리아 주재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란은 지난 13일 300여 기의 드론과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동 내 또 다른 전선 형성으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도 국제사회의 이러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대응 방향을 다각도로 고민하는 모양새다. 확전을 무릎쓰고 대규모 보복을 할 것인지 아니면 보복은 하되 확전 방지도 염두에 둘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장기적 이익 차원에서 관리모드로 전환할지 등 여러 옵션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방식으로 '고통스러운 보복'을 가하는 것도 그 선택지 중 하나로 포함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면전을 촉발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거나 이익을 잠식하는 방법은 회색지대전략이다. 그런데 현 중동 전장 상황에서 회색지대전략이 기대효과를 창출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회색지대전략은 평시 전략이다. 평시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상대방의 이익을 잠식하는 것이 회색지대전략인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상황은 일촉즉발의 상황이기에 회색지대전략이 평화도 전쟁도 아닌 모호한 상황을 유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화약고에 심지를 붙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회색지대전략의 역학과는 다르게 이스라엘은 장기적 차원이 아닌 단기적 보복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이 경우 회색지대전략의 기제는 창출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이스라엘이 염두에 두고 있는 “고통스러운 보복”은 회색지대 역학과는 거리가 있다. 회색지대전략은 상대방이 고통받는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공세를 가하는 것인데 상대방이 '고통'을 느낀다면 이는 '전쟁' 없는 보복을 유도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그 의도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한 가운데 대응 옵션을 정교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도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현상변경세력 중 하나인 이란을 두둔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대응-반격-재대응’의 연쇄고리를 따져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중동지역에 대한 관심은 중동과 한반도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주지시킨다는 점에서 한국도 중동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안보태세를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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