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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한 때 1400원 돌파…외환 당국 "쏠림 바람직하지 않다" 구두개입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6 15:28

수정 2024.04.16 15:28

기재부, 한은 공동 명의 "경계감 갖고 시장주시"
중동발 유가불안, 고금리까지 겹쳐 경제'빨간 불'
내수침체 가중에 설비투자, 수출까지 영향받을 듯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중동불안으로 환율이 치솟자 16일 외환시장에 구두개입을 했다.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400원을 넘어섰다.

외환당국은 이날 기획재정부 신중범 국제금융국장과 한국은행 오금화 국제국장 명의로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필요하면 시장개입을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급등(원화값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불안을 키운다.
중동 불안으로 유가도 급등세다. 고금리도 이어지고 있다.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의 '3고(高)'지속은 내수부진인 현 경제상황을 감안했을 때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에도 환율 급등에 대한 강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중동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비상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시장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되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부, 해양수산부, 중기부, 금융위 등 정부 부처가 참석했다.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됐을 때'라는 전제를 했지만 외환당국은 과도한 시장불안은 개입으로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적기에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의 발언이나 한은의 "시장안정화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보다 강도가 더 세졌다.

정부가 환율변동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까지 급등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국제유가는 지난 주말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충격 진정과 국제사회의 확전 자제 촉구 등으로 지난 15일 소폭하락했지만 급등 불안감은 여전하다. 국제금융센터의 '중동 사태 및 국제유가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중동지역 불안에 따라 3개월 후 WTI(서부텍사스유) 전망치를 배럴당 8달러 상향조정하고 (중동) 역내 긴장이 상당히 높은 상황을 이어가는 게 기본 전망"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중동지역에서 2023년 기준 원유의 72%, 가스의 32%를 공급받고 있다. 원화값 급락, 유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 물가불안은 가중되고 민간소비는 물론 설비투자, 수출마저 불안해 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

김병환 차관이 이날 회의에서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물가관리였다. 김 차관은 "이번 (중동)사태로 국내 물가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물가관리 노력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향후 정부 대응 방향을 분명히 한 것이다. 3고가 지속되면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 운용 기조는 차질을 빚게 된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3.1%(전년동월 대비)를 정점으로 둔화할 것이란 게 기재부의 기대였다. 하지만 국제유가상승, 원화값 하락은 정부 전망을 송두리째 뒤집을 수 있다. 유가상승, 물가상승, 구매력 감소, 수요감소로 이어지는 내수흐름은 경제전반에 상당한 부담요인이다.

고유가와 내수부진은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까지 축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산업은 원유 의존도가 높아 유가가 오르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여서 설비투자 축소 압력으로 작용한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액은 22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4%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이는 유가를 배럴당 80달러 안팎으로 잡았던 지난해 11월 조사결과다.

금리상황 또한 소비, 투자에 우호적이지 않다. 중동발 불안 등으로 미국 등의 금리인하시기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한은의 인하시기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이창훈 기자

mirror@fnnews.com 김규성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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