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멈추면 뒤차가 화내요"… 1년째 자리 못 잡는 '우회전 정지'[현장르포]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6 18:24

수정 2024.04.16 18:24

70대 우회전 차량 중 3대만 멈춰
우선멈춤 지키면 뒤에서 '빵빵'
"안전 우선" 처벌강화 주장에
일각 실효성 의문 제기하기도
16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이화사거리 율곡로-대학로 우회전 방면에서 한 차량이 전방 신호등이 빨간 불임에도 일시정지를 하지 않은 채 지나가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이화사거리 율곡로-대학로 우회전 방면에서 한 차량이 전방 신호등이 빨간 불임에도 일시정지를 하지 않은 채 지나가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교차로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이 지난해 4월 21일부터 시행됐다. 이후 경찰은 바뀐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홍보와 계도에 적극 나섰다. 그렇게 약 1년의 세월이 지나왔지만 현장에서 우회전 일시정지는 정착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홍보가 부족한지 모르는 시민들이 많았다.
시민 중에는 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도 했다.

■ 지키지 않는 '우회전 일시정지'

16일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구 연건동 이화사거리에서는 율곡로에서 대학로로 우회전하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만 우회전 과정에서 일시정지를 하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앞서가는 차량의 꼬리를 물고 그대로 따라가는 식으로 신호마다 2~3분간 13~17대가량의 차량이 잇따라 우회전했다.

기자가 15분 동안 지켜봤을 때 70여대의 차량이 지나갔지만 우회전 일시정지를 지킨 차량은 불과 3대뿐이었다. 일시정지를 지키는 차량에는 어김없이 뒤차가 '빵빵'하는 경적으로 눈치를 줬다.

개인택시를 운행한 지 2년째라는 양모씨(61)는 "빨간불에 섰다가 가는 것으로 알고 차를 세우면 사람들이 뒤에서 화를 낸다"며 "홍보가 안 돼서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모르면서 화를 내는 사람은 못 이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며 "보행자가 없으면 보행자 신호가 파란불이어도 우회전 차량이 지나갈 수 있다는 점도 홍보가 안 돼 택시 몰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인 경우 차량은 서행하면서 일시정지 없이 그대로 우회전했다. 완전히 멈추는 차량은 찾기 어려웠다. 바뀐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방 신호등이 빨간 불이면 보행자 신호가 빨간 불이어도 우선 일시적으로 정지한 다음 보행자가 없는 것을 보고 지나가야 한다.

자동차로 이화사거리를 지나 출근하는 김모씨(41)는 "이곳(율곡로 방면)이 막히는 편이라 특히 안 지키는 것 같다"고 전했다.

■ '강력 처벌' vs '실효성 의문'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현장에서 정착하지 못하면서 현장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우선 안전을 위해서는 우회전 일시정지가 지켜지기를 바라는 시민들이 있었다.

세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신모씨(43)는 "횡단보도 부주의 사고가 많아서 처벌을 강력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며 "아이들은 불쑥불쑥 나가는 편이라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범칙금에 대해서도 그는 "벌금이 있어야 운전자가 경각심을 갖게 된다"며 "벌금이 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회전 일시정지를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강모씨(45)는 "보행자 안전을 생각하면 지켜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법을 지키면 뒤차가 경적으로 눈치를 줘서 쉽지 않다"며 "바뀐 제도가 빨리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반대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도 있었다.


A씨(25)는 "우회전 일시정지를 지키다가 오히려 사고가 나기도 한다"며 "지인이 빨간 불 앞에서 정지했다가 앞차가 출발하는 타이밍을 못 맞춰서 부딪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모씨(52)는 "일시 멈춤의 기준이 모호해 별 의미 없는 제도다.
기준이 모호하니까 경찰도 제대로 단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제도를 다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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