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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고물가 시기의 소비행동 변화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6 18:31

수정 2024.04.16 18:31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최근 대다수 국민이 높은 물가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향후 물가는 어떤 흐름이 이어질 것인가. 조만간 물가는 안정될 것인가, 아니면 높은 물가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물가를 관리하는 중추적 기관인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검토할 만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져 올해 상반기 중 3% 안팎을 나타낼 전망이다. 향후 물가경로는 국제유가, 환율 움직임 및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영향을 받겠지만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으로 지난해 3.6%에서 올해 2.6%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적 물가상승 요인으로는 국제유가 재상승,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지속, 기상이변에 따른 국제 식량가격 상승이 지적됐고 잠재적 물가하락 요인으로는 국내외 수요부진 심화, 국제유가 하락, 정부 물가안정정책 효과가 제시됐다.

아울러 금융산업과 금융정책을 연구하는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인플레이션 추세의 구조적 변화와 통화정책 시사점'도 함께 검토할 만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2021년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을 나타낸 이후 인플레이션 추세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분석에 초점을 뒀다. 고인플레이션이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에 대응한 확장적인 재정·금융 정책이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추세에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최근의 미중 무역갈등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지정학 변화와 탈세계화로 인해 저임금·저생산비에 바탕을 둔 글로벌 공급망의 쇠퇴, 둘째, 중국이 내수 중심 성장전략으로 전환하며 해외공급 축소, 셋째, 고령화로 저축보다 소비성향이 높은 노령층이 증가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 등이 지적되고 있다.

고물가에 따라 소비자의 소비행동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최근 컨설팅사 맥킨지가 미국 소비자의 소비행동 변화를 실증 분석한 결과 두 가지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됐다. 첫째, 미국이 전 세계에서 비교적 견조한 경기회복세와 낮은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는 2023년 중 전년보다 포장 소비재 구매량을 평균 2~4%, 비타민 등 건강보조제는 5% 줄인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 소비자의 구매량 감소는 신선식품, 개인 생활용품, 가정용품 등 다양한 상품 범주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동 기간 대다수 유통경로와 상품 범주에 걸쳐 소비자의 구매빈도는 오히려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미국 Z세대 소비자는 신선식품과 건강미용 상품을 전년보다 10% 더 빈번하게 구매했는데 구매 시마다 구매량은 더 줄였다. 둘째, 총 5개 상품 범주와 총 5개 유통채널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미국 소비자는 식품점 등 전통적 유통채널에서 온라인 채널로 이동하고 있음이 입증됐다.
동 연구는 소비자에게 쇼핑행동이 변화한 이유를 질문한 결과 물가상승과 구매여력 감소가 중요 요인으로 도출됐다.

현재의 고인플레이션이 코로나 위기에 대응한 확장적 재정·금융 정책이든 구조적인 변화의 발생이 원인이든 간에 소비자는 합리적 소비전략을, 소비재 마케터들은 소비자의 소비행동 변화에 대응할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소비재 기업은 첫째, 상품 구색을 재검토하여 소비자의 수요에 부합하지 않는 상품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고, 둘째, 성장하는 온라인 채널을 통한 유통을 확대하며, 셋째,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 수준을 감안한 가격설정 구조를 채택하고 구매할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가치 프로모션을 실시하며, 넷째, 사려 깊은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브랜드 충성도 제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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