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서방, 새 이란 제재 착수...이스라엘 '직접' 보복 어려워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7 14:48

수정 2024.04.17 14:50

美-유럽, 이란 혁명수비대 겨냥한 신규 제재 논의 시작
주요7개국(G7) 차원에서도 이란 제재 나올 듯
유럽에서는 적극적인 이란 제재 어려워
이스라엘 여론조사, 이란 겨냥한 보복에 74% 반대
정치적 수세 몰린 네타냐후, 일단 보복 미뤄
이란 본토 대신 중동의 친이란 조직 타격할 수도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촬영된 영상 속에서 주요7개국(G7) 정상들이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대책을 화상으로 논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촬영된 영상 속에서 주요7개국(G7) 정상들이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대책을 화상으로 논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규탄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보복을 말리는 동시에 이란에 추가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국내외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장 보복은 미뤘지만 보복 자체는 강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가 아닌 중동 내 친(親)이란 조직을 타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美·유럽, 이란 추가 제재 논의 예정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 이스라엘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이란에 대한 신규 제재를 며칠 안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설리번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요7개국(G7)을 포함한 동맹과 파트너, 미 의회 양당 지도부와 포괄적인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맹과 파트너들이 곧 자체 제재로 뒤따를 것"이라며 이란의 군수 산업과 이란 혁명수비대를 지원하는 조직 및 개인에게 제재를 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이스라엘을 향해 320기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 등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 배치된 미국 및 유럽 병력, 요르단군의 도움으로 약 99%를 요격했다.

설리번의 발표 당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 참석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수일 안에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를 채택할 것으로 전적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석유 수출 등과 관련한 경제 제재를 시사했다.

같은날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 외교장관들도 긴급 화상 회의에서 이란 제재를 논의했다. 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일부 회원국이 대(對)이란 제재를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며 제안된 제재를 토대로 구체적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G7 재무장관들은 20일까지 열리는 IMF·WB 춘계 총회에서 이란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율리스 군사 기지에서 이스라엘 군인이 사해에서 건져올린 이란의 탄도미사일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로이터뉴스1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율리스 군사 기지에서 이스라엘 군인이 사해에서 건져올린 이란의 탄도미사일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로이터뉴스1

머뭇거리는 유럽...강경 제재 어려울 수도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란의 육·해·공군과 별도로 창설된 정치 군대이며 약 12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탄생한 이란의 이슬람 시아파 정부는 혁명 수비대를 통해 이슬람 수니파 중심의 중동에서 친이란 시아파 군사 조직을 지원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란은 비록 수니파지만 이스라엘에 대적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역시 지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혁명수비대 해외 공작부대인 쿠드스군 소속을 포함한 다수의 장성들을 제거했고, 이에 이란은 드론·미사일 공습으로 보복했다.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 수많은 제재를 가했던 미국은 2015년 이란 핵합의로 제재를 일부 풀었지만 2018년 핵합의 탈퇴로 제재를 복원했다. 2019년 당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다른 국가의 정규군인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이듬해 쿠드스군 사령관을 직접 암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보도에서 EU가 미국처럼 강경하게 나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3명의 관계자들은 네덜란드, 스웨덴, 체코가 혁명수비대를 직접 겨냥한 제재를 요청했지만 독일, 프랑스를 포함한 다수 국가가 반대했다고 전했다. EU 차원의 제재를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독일 관계자는 혁명수비대가 EU 국가를 상대로 테러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EU 관계자는 이란의 정규군인 혁명수비대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유럽 관계자들은 혁명수비대 제재를 강행할 경우 이란이 단교나 이란 내 유럽 이중국적자를 노린 보복을 감행할 수 있으며, 중동 내 친이란 조직들을 자극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10일 이란 테헤란에서 유럽연합(EU)에서 근무하는 스웨덴 직원 요한 플로데루스(가운데)가 이란 법원에 출석한 모습. 그는 2022년 4월에 휴가차 이란을 방문했다가 간첩 혐의로 체포되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0일 이란 테헤란에서 유럽연합(EU)에서 근무하는 스웨덴 직원 요한 플로데루스(가운데)가 이란 법원에 출석한 모습. 그는 2022년 4월에 휴가차 이란을 방문했다가 간첩 혐의로 체포되었다.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국민들도 보복에 '시큰둥'
TOI는 16일 공개된 이스라엘 헤브루 대학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이스라엘 국민들의 74%가 "만약 이스라엘의 동맹들과 안보동맹에 해가 된다면" 이란 공습에 대한 보복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4~15일 온라인과 전화 설문으로 진행되었고 1466명의 이스라엘 성인 남녀가 참여했다. 응답자의 56%는 이스라엘 정부가 "동맹의 정치·군사적 요구에 긍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지난 13일 공습 당시 이스라엘 사망자는 0명이었으며 단 1명의 부상자만 확인됐다.

미 탐사보도 매체 디인터셉트는 15일 보도를 통해 이란 국경에서 발사된 드론과 미사일이 1770km를 날아 이스라엘로 향했지만, 절반 이상이 이스라엘에 도착하기 전에 파괴되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매체는 미국이 중간에서 절반 이상의 표적들을 제거했다며 실제 이스라엘군의 요격 비율이 낮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의 바이든은 공습 직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강성 우파와 연정으로 겨우 정부를 유지하고 있는 네타냐후는 어떻게든 보복으로 정치적 입지를 굳혀야 하는 상황이다. 네타냐후와 전시 내각 관계자들은 14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대응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16일 TOI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가 일단 대응을 미뤄 이란이 타격 지점을 추측하며 불안에 떨도록 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는 15일 집권 여당인 리쿠드당 소속 장관들과 만나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영리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란의 이익에 반하는 어떤 작은 행위라도 가해자에게 엄중하고 광범위하며 고통스러운 대응을 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대해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4명의 미 정부 관계자는 16일 미 NBC방송을 통해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피하라는 동맹의 압박을 감안해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시리아의 다른 친이란 조직을 공습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 5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조직 '헤즈볼라' 대원들이 행진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AP뉴시스
지난 5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조직 '헤즈볼라' 대원들이 행진하고 있다.AP뉴시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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