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감정 받는데만 보상액 두 배 지출'... 배보다 배꼽 더 큰' 소송도 있다[최우석 기자의 로이슈]

최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7 18:11

수정 2024.04.17 18:11

#. 해외주재원이 된 A씨는 자신이 보유한 신축아파트를 2년간만 전세를 줬다. 2년 후 집에 돌아온 A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실 바닥에 긁힌 부분이 많았고 벽과 천정 등 일부도 파손돼 있었기 때문이다. 원상 복구하는데 2000만원이 들었다. A씨는 변상을 요구했지만, B씨는 잘못이 없다고 버티며 보증금을 모두 회수해갔다. A씨는 억울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B씨를 상대로 하자소송을 냈다. A씨는 변상금을 받아낼 수 있을까.

주거지 파손으로 인한 하자소송은 이렇게 진행된다. 우선 A씨는 법원에 증거를 제출한다. 손상된 아파트 내부 사진과 A씨가 1년 전 퇴거할 당시의 내부 모습 등을 꼼꼼하게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야 한다. 마루바닥을 수리하고, 집안을 수리하는데 들어간 비용 영수증도 첨부해야 한다.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재판부는 원고가 입은 손해에 대해 '감정'을 권고한다. 감정인을 통해 손해정도, 손해액, 과실 등의 산정을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승소 판결을 무리 없이 받아 내려면 하자 감정은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고민이 발생한다. 법원이 A씨에게 안내한 감정비 견적이 1000만원으로 책정된 것이다. A씨는 그래도 B씨에게 변상금을 받아내고 싶어 소송을 그대로 진행했다. 감정인이 판단한 손해는 500만원이었다. A씨 입장에선 수리비 2000만원을 보상받아야 한다. 하지만 소송과정에서 감정비 1000만원과 변호사 비용 등이 들었고, 실제 배상액은 500만원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소송이 됐다. 이상적인 케이스도 있다. 만약 감정인이 판단한 손해액이 2000만원, 즉 '청구금액의 100%'라면 B씨는 손해액과 함께 A씨의 소송 비용도 부담하게 된다.

하자소송 등을 처음해 보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감정인의 감정비용은 불측의 지출이 된다. 문제는 감정비가 변호사 선임비용보다 비싼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하자로 분쟁이 발생했는데 감정비가 그 손해액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일선 법관들도 감정비에 대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다. 한 현직 판사는 "건설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재판을 하다보니 감정인의 감정비가 너무 비싸 놀랐다"며 "소송당사자들에게 감정비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손해가 3000만원 이하의 소액으로 평가되는 경우 들어가는 변호사비용과 감정비용 등 소송비용을 고려해서 소송을 진행할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자칫 상당한 금원이 소송비용으로 당장 지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세입자와 적정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소송보다 오히려 금전적으로 이익이 되기도 한다.

wschoi@fnnews.com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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