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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원화가 힘을 못 쓰는 이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7 18:21

수정 2024.04.17 18:21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원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2023년 12월 27일 달러당 1295원이던 원화는 2024년 1월 17일 1344원으로 약세로 전환했다. 이후 일시적 회복이 있었지만, 4월 16일에는 1394원으로 약세가 심화되었다. 원화가 약해지면 수출엔 유리하지만 물가관리 등에는 부담이 된다. 원화가치가 왜 떨어지고 있을까. 외부요인과 내부요인이 있다.

외부요인의 첫 번째는 미국의 높은 이자율에 의한 달러 강세다.
미국 연준이 5.5%의 높은 이자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이자율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미국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 정부의 과도한 돈 풀기가 원인이다. 2023년 기준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6000억달러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6%에 이른다. 3%가 넘으면 건전재정을 넘어 과도한 돈이 풀렸다고 해석한다. 2024년 1~3월 1·4분기에도 많은 돈을 정부가 재정지출로 풀었다. 5.5%의 이자율로는 유동성 축소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중동불안이 두 번째 요인이다. 이스라엘·이란 간 힘겨루기로 중동이 불안하다. 이로 인해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현상이 일어났다. 여기에 한국의 무역수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2024년 3월 기준 10개월 연속 흑자였던 무역수지가 4월 1~10일 20억달러의 큰 폭의 적자를 보였다. 에너지 수입가 상승 때문이다.

어려워진 중국 경제가 세 번째 요인이다. 중국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집중 견제로 수출이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이 내수경제의 발목을 잡아 디플레이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어려우면 한국 경제도 어려워진다. 비중이 줄기는 했지만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전체 수출의 19%가량이 중국으로 간다. 중국 정부는 주식투자 심리 개선을 위한 조치와 은행지준율 0.5% 인하 등의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그럼에도 효과는 미지근하다. 이로 인해 한국의 중국수출 회복이 느리다. 자연스럽게 중국으로부터 달러 유입도 느려지고 있다.

한국·일본·중국 간의 삼각경쟁 관계가 네 번째 요인이다. 이 세 나라는 수출시장에서 피 튀기는 싸움을 하고 있다. 이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수출경합도다. 한국과 일본의 경합도는 2020년 기준 69.2이고, 중국과의 경합도는 56.0이다(한국경제연구원). 수출경합도 100은 모든 수출품목이 중복되어 있음을 말한다. 0은 중복이 없다는 뜻이다. 수출경합도가 높은 나라들이 경쟁할 경우 환율은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정국의 화폐가치가 오르면 그 나라의 제품 가격이 비싸지며 경쟁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엔화와 위안화 모두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음이다. 엔화 약세는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의도적으로 통화공급을 무한정 늘려서다. 위안화 약세는 미국의 견제로 중국 경제의 미래가 약해지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가치만 높아지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내부요인도 있다.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고 있다. 기존 주력산업들의 경쟁력 하락이 불안이다. 새로운 첨단산업의 발흥은 희망이다. 그런데 신구 산업의 세대교체가 더디다. 철강, 석유화학, 기계공업 등 전통 수출효자 산업들이 중국에 밀리며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이들을 대체할 시스템·메모리 반도체, 2차전지,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들이 빠르게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2차전지의 부진이 뼈아프다. 반도체만큼 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산업이다.
하지만 순수 전기자동차 보급속도가 느려지며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부정적 요인이다.
내·외부 요인의 중첩이 원화 약세를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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