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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만에 뒤집힌 기업 실적, 이대론 재역전 어렵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7 18:22

수정 2024.04.17 18:22

100대 기업 시총·영업이익 역전당해
기업에 대한 국가 지원 격차 탓 추정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지난 10년 사이 한국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과 영업이익이 대만 100대 기업에 역전당했다는 결과가 17일 나왔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라는 곳에서 조사한 것이다. 한국과 대만 기업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 100대 기업 영업이익은 2013년 말 88조1953억원에서 지난해 말 71조6491억원으로 18.8% 줄었는데 대만 100대 기업 영업이익은 36조3947억원에서 86조960억원으로 136.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도 한국은 같은 기간 828조6898억원에서 지난해 1565조4222억원으로 88.9% 늘었지만 대만은 540조9574억원에서 1694조8700억원으로 205%나 증가했다고 한다.

대만 기업들이 영업이익과 시가총액에서 우리를 앞지른 데는 물론 양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의 영향이 크다.
두 기업은 두 나라 100대 기업 전체 시총의 3분의 1을 각각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삼성전자가 이 기간에 급성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것은 맞지만, TSMC는 상대적으로 더 큰 폭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두 기업을 빼더라도 양국 기업들의 업황과 주가 추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는 우리보다 대만의 경제가 더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2013년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2522달러로 2만7178달러였던 우리에게 크게 뒤져 있었다. 그랬던 것이 격차가 점점 좁혀져 2022년 대만이 우리를 앞질렀다. 그해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2756달러, 한국은 3만2409달러였다.

1980년대에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작은 용으로 불렸던 한국과 대만은 둘 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작은 나라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왔다. 우리는 외환위기 등의 어려운 상황을 겪기도 했지만 대만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사실상 선진국에 진입했다.

늘 한국에 뒤진다는 열등감에 빠졌던 대만은 그사이 절치부심하여 한국을 따라잡은 것이다. 물론 100대 기업의 시총이나 1인당 GDP만으로 국력과 국가경제를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보다 더 작은 국가인 대만이 10년 만에 어떻게 우리를 추월했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는 삼성전자의 도약을 바라보면서 흡족해했지만 TSMC는 삼성을 능가하는 성장을 달성했다. 삼성의 성장에 만족하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삼성이 TSMC를 배우고 한국이 대만의 발전 비책을 전수받아야 할 판이다.

TSMC의 경우를 보면 반도체 등 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한 기업과 나아가 전체 국가경제의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은 정책적 지원의 차이였다. 우리 정부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지금과 같은 반기업 정서로는 앞으로 10년 후가 돼도 다시 우리 100대 기업과 한국 경제가 대만에 재역전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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