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매파 돌아선 파월…한은 연내 금리인하 제동 [커지는 물가 불안]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7 18:22

수정 2024.04.17 19:07

흔들리는 글로벌 금융시장
美 인플레이션 우려 여전히 부담
연준, 고금리 당분간 유지 시사
중동發 유가·달러 강세도 부담
이창용 "피벗 신호 켤때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예상 시점이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가뜩이나 끈적한 소비자물가가 중동사태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뛰면서 지속적인 상방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에도 탄탄한 미국 경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마저 피벗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빨라도 4·4분기에나 금리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 등 물가 동향에 따라서는 아예 연내 인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7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 현지에서 CNBC와 인터뷰를 갖고 "아직 금리인하 신호를 준 상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 유럽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보다 높다.
근원물가는 예상대로 둔화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는 상당히 끈적끈적(Sticky)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에도 "하반기 월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2.3%인데 유가가 더 올라 물가가 전망경로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가 거듭 금리인하 기대감을 희석시킨 이유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안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치솟은 국제유가가 중동사태로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2.1%), 소비자물가 상승률(2.6%) 전망치가 모두 80달러대의 유가를 가정한 것을 고려할 때 향후 국제유가 상승세에 한은이 올해 물가 전망치를 올리고 경제성장률은 대폭 낮출 경우 금리인하 시점은 밀릴 수밖에 없다.

중동사태 장기화가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물가 상방압력을 줄 수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질수록 같은 수입제품의 원화 환산가격이 높아진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을 터치하며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예상 시점이 갈수록 늦춰지는 것도 한은 금리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윌슨센터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 "1·4분기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탄탄한 상승흐름을 보임에 따라 경기둔화 없이도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의 한은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눈높이도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한은 입장에서 물가도 둔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대선(11월 5일)이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한은은 대선 이벤트 확인 이후인 11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내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하가 환율상승 요인인 만큼 피벗을 위해서는 환율이 안정돼야 하는데 대외여건을 봤을 때 단시간에 환율이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