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연이틀 강조한 이창용 "환율 변동성 크지만 안정시킬 자원·수단 보유“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8 16:21

수정 2024.04.18 16:21

17일 IMF 춘계회의 계기 대담서 환율 언급
이틀 연속 “시장안정화 조치 준비 됐다” 강조
"고금리 지속 기대감 있던 2022년과 달라"
외환당국 경계감에 환율 1370원대까지 하락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86.8원)보다 6.8원 내린 1380.0원에 출발했다. 뉴시스.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86.8원)보다 6.8원 내린 1380.0원에 출발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1400원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에 대해 이틀 연속 우려를 표하면서 “변동성 완화를 위한 자원과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후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뚜렷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370원대까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추이
날짜 종가
4월 9일 1354.9원
4월 11일 1364.1원
4월 12일 1375.4원
4월 15일 1384원
4월 16일 1394.5원
이창용 "환율 변동성 계속되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CNBC 인터뷰)
4월 17일 1386.8원
이창용 "변동성 완화를 위한 자원과 수단 보유"(IMF 춘계회의 대담)
4월 18일 1372.9원
(서울외국환중개)
이 총재는 17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2024 국제통화기금(IMF) 춘계회의 한국 통화정책 관련 대담에서 "우리 환율이 시장 펀더멘털에 의해 용인될 수 있는 수준에서 약간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급등에 미국의 통화정책, 지정학적 긴장, 이웃 국가인 중국의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영향 등 여러 외부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전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원·달러 환율 급등과 관련해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의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며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그렇게 할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연이틀 외환 시장 안정화를 위한 수단을 강조한 이 총재 발언은 향후 상황을 보고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6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외환 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선 바 있다.

만약 구두 개입에도 외환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를 통해 원·달러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350억달러 한도의 외환 스와프에 합의했다. 이에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투자에 나설 때 달러를 서울 외환시장에서 사들이지 않고 한은에서 매입해 대금을 치룰 수 있어 달러 매수 수요가 낮아지는 만큼 원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

이 총재는 이날 대담에서 현재의 외환시장 환경은 미국 고금리가 지속되리라는 예상에 따라 달러 가치가 견고하게 올라갔던 지난 2022년 중반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재의 달러 강세는 이르면 6월부터로 예상됐던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가 뒤로 늦춰질 수 있다는 예상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 시장의 환율에 주는 영향은 1년 반 전에 비해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뚜렷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소폭 진정된 모습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3.9원 내린 1372.9원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8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한 데 이어 이날도 6.8원 내린 1380원에 개장한 뒤 장중 1370원대에서 등락폭을 이어갔다.

한편 이 총재는 한국의 수출 대상 국가 부동의 1위였던 중국이 최근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온 것에 대해 "단순히 지정학적 긴장 때문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았듯 중국의 기술이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 많은 중간재 산업에서 지정학적 긴장과 관계없이 중국은 매우 큰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한국의 산업은 지난 15∼20년간 매우 안주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한중간 교역에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은 주로 첨단 기술 영역으로 국한된다고 평가하면서 "우리는 지금 경고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우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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