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美, 中철강 관세 올려도… 한국제품 별 영향 없을듯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8 18:18

수정 2024.04.18 18:18

美 수출 중국 제품 0.6% 불과
한미FTA 따라 수출량 제한
저가 제품 국내 유입 가능성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의 3배인 25%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조치가 대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 공약이라 실현 가능성이 낮은 데다가 미국발 중국 물량의 비중이 낮아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에는 실질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만, 실제로 관세장벽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산 저가 철강 물량이 국내로 유입될 수도 있어 시장 교란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조치가 국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실제 조치가 시행될지 불투명한 데다가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산 철강 비중이 낮아 국내 철강제품이 받게 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그동안 대선을 앞두면 인디애나, 미시간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 표심이 중요해 해당 지역 노조를 대상으로 통상정책을 남발해왔다"면서 "중국을 '악의 축'으로 해서 관세 인상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인데 이번 관세 인상 추진은 어떤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 이상 인상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미국에 수출되는 철강제품의 비중은 0.6%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수출 물량에 쿼터가 정해진 만큼 반사이익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시행되면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미국 시장에서 저가의 중국산 물량이 빠지면서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던 국내 제품들의 가격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한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철강 232조'를 적용하자 고율 관세 대신 '쿼터 축소' 전략을 택했다. 이후 현재 우리나라는 대미 철강 수출 263만t에 대해서만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으로의 수출 대신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나라에 물량을 밀어내는 경우다. 이미 중국은 건설 경기 악화 등으로 내수가 위축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자국 내 남아도는 철강을 저가로 '밀어내기식' 수출을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1억t가량의 공급과잉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관세 규제를 실행할지는 불투명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와 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중국산 물량이 더 풀릴 경우 제품 가격 하락을 부추겨 철강 시황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철강 생태계 위축 우려가 큰 만큼 실제로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가 시행되면 우리나라도 관세 적용 등 규제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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