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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닥터스, 가덕도신공항 예정지 대항리 주민 무료 진료

노주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1 11:31

수정 2024.04.21 11:31

그린닥터스, 가덕도신공항 예정지 대항리 주민 무료 진료


[파이낸셜뉴스] 주말인 지난 20일 부산 가덕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던 그린닥터스 봉사단원 50여명은 안타까움만 가득 안고 돌아와야 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로 인해 조만간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인 대항리 마을주민들과 당국 간 깊은 갈등의 골을 직접 확인해서다.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온병원그룹 원장)은 부산 온종합병원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이날 오후 부산의 서쪽 끝단에 있는 가덕도 대항마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다.

의료봉사에는 안과전문의인 정근 이사장을 비롯해 온종합병원 윤선희 이사장(안성형), 윤성훈 진료원장(정형외과전문의), 정결 산부인과전문의 등 의료진 4명과 정복선 이사, 주연희 부장, 주명희 팀장, 김옥이 팀장 등 온종합병원 간호부 간부진 등 20여명이 그린닥터스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대항마을, 새바지마을, 외항마을 등 주민 60여명을 무료 진료했다.

주민들은 약 처방과 함께 고급 비타민 수액과 물리치료를 받았다.

평생 어로활동에 지친 주민들은 대개 무릎관절, 척추, 어깨 등 정형외과 질환들을 호소했다.
다른 농어촌지역들과 비교해도 특이하게, 이날 임시진료소를 찾아온 대항 주민 대부분의 혈압이 정상치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대항마을 등 3개 마을이 가덕도신공항 부지에 포함되면서 연내 이주문제로 정부당국과 첨예하게 갈등을 빚으면서 주민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이날 봉사단에 동참한 온종합병원 인공신장실 배형규 간호사가 수액처방을 받고 있던 지친 주민들을 위로하려고 즉석에서 노래 '황진이'를 힘차게 불렀고, 비로소 주민들은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간호사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날 그린닥터스 봉사단이 봉사현장인 가덕도 대항마을로 들어서면서부터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를 직감했다.

도로변에는 여러 주민단체들이 자신들의 주장들을 담은 현수막들을 줄 지어 내걸었다. 현수막에서 주민들의 처절하고 격렬한 저항이 느껴졌고, 부산이라는 같은 울타리에서 사는 그린닥터스 봉사단원으로서도 마음 편히 지나칠 수 없게 했다.

주민들은 임시진료소에서도 끼리끼리 모여서 소리 높여 얘기하거나, 수군거리며 신공항 건설에 따른 이주문제를 상의하느라 바빴다. 살짝 귀를 기울이니 금방 다가와서 그들은 하소연을 파도처럼 토해냈다.

"대대로 살아오던 삶터를 떠나는데, 보상은 턱없이 부족해요."
"지금 우리가 꼭 보상금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닙니다. 태어나서 늘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면 모두 뿔뿔이 흩어질 텐데, 그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가슴 답답하다는 겁니다.
"
"우리 대항 사람들은 이미 부산신항만 건설 문제로 인근 마을 주민들이 집단정착촌으로 이주하는 과정에 겪었던 고통을 잘 알고 있어요. 그때 절반 넘는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졌어요. 그 과정에 외로워서, 스트레스 때문에 아파서 죽은 사람들도 있고요. 신공항도 필요하겠지만, 그 때문에 정든 삶터를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사정을 하나하나 헤아려줘야 하는데, 그저 돈 때문이라는 인식에 가슴 아파요."
그린닥터스, 가덕도신공항 예정지 대항리 주민 무료 진료


쉼 없이 토해내는 주민들의 하소연에 일부 봉사단원들은 그저 묵묵히 귀만 기울일 뿐이었다. 특히 "병원에 계시는 분들이니 부탁 좀 드릴게요"하면서 말문을 연 어촌계 관계자가 "공공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이주해야 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을 텐데, 혹시 집단 정착하는 사람들과 개별로 흩어진 사람들 간의 건강위험 요인들을 분석한 의료자료들이 있지 않겠느냐"며 꼭 구해달라는 요청엔 봉사자들은 가슴만 먹먹해질 따름이었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이번 대항마을에서의 의료봉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주민들의 말에 마음이 더 아팠다"며 "공공개발을 위한 주민들의 집단이주는 어쩔 수 없는 조치이지만, 물적 보상 말고도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아픈 마음을 돌보는 일도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향후 주민들과의 이주문제 논의과정에서 당국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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