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동·세제 개혁 흔들림 없어야… 與野, 경제발전 위해 협치를" [포스트 총선 특별 인터뷰]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1 18:05

수정 2024.04.22 16:37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대담=최갑천 산업부장
巨野 입법독주 예고에 책임감
중처법 확대 우려… 하루빨리 개정해야
종합대응센터 발족 재해 예방에도 최선
노동개혁추진단 구성… 국민 설득 앞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강조
상속세·법인세 등 세제 부담 확 낮추고
'금투세 폐지 추진' 현재 상황선 멈춰야
MZ 노조 긍정… 밸류업 지속적 진행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최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10 총선 이후 경제계의 영향과 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손 회장은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에 대해 "국가발전의 대의 앞에 타협의 정치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사진=박범준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최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10 총선 이후 경제계의 영향과 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손 회장은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에 대해 "국가발전의 대의 앞에 타협의 정치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사진=박범준 기자

"정부는 지금까지 진행했던 노동·세제개혁에 대해 확신을 갖고 추진해 줘야 한다. 여야는 국가발전이란 대의를 위해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줬으면 한다.
"

경영계 원로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85)이 '포스트 총선 체제'와 관련,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간곡한 메시지를 던졌다. 거대 야권의 입법 독주 가능성으로, 정부의 노동·세제개혁 등이 올스톱되거나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당장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막은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재발의할 태세다.

손 회장은 "국가가 잘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공통분모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에 대해선 근로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 과제와 더불어 경제에 즉각 타격을 줄 수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중단을 비롯해 상속세 및 법인세 인하 등 세제개혁, 처벌 중심인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 산적한 개혁과제들에 적극 나서줘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계 대표 수장으로 줄곧 '중용의 정신'을 기치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해 온 손 회장은 파이낸셜뉴스와의 대담에서 "세상사 서로 싸우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대화와 설득을 수차례 언급했다. 거대 야권을 향해선 시종일관 "찾아가서 설명하겠다" "포기하지 않고 설득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윤석열 정부 내 노동개혁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정부 정책 추진동력이 약해지고, 반기업 입법이 양산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더욱 움츠러들게 될 것이다. 상당히 걱정스럽다. 여야 모두 국가가 잘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한다. 국가가 잘되는 방향으로 여야가 도와줬으면 한다. 이 점에 대해선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국가가 부강하게 잘돼야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 방법론에 있어서 차이가 있겠지만 이것을 어떻게 좁히느냐가 중요하다. 여야가 타협해서 좋은 방법으로 의견을 모아줄 것이라고 본다.



―야권은 총선기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일명 '노란봉투법'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야의 '입법 독주' 우려에 대한 입장은.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전보다 더 많이 나서서 의원들에게 우리 입장을 설득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좀 바빠질 것 같다. 당장 언론보도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에서) 노란봉투법을 다시 발의하겠다는 얘기가 있어서 설득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부터 50인 미만 중소·영세업체에 대해 확대 적용하고 있는 데 걱정이 크다. 하루빨리 중대재해처벌법을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본다. 50인 미만 업체 사장이 구속되면 그 회사는 문 닫는다. 직원들의 일터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노력이 조금 부족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에 경총은 사전예방에 중점을 두고 중대재해종합대응센터를 발족했다. 이런 노력을 다해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처벌받지 않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소규모 기업 경영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금은 글로벌 경쟁시대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까지 기업인을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 외국 기업의 경우 처벌 때문에 한국 주재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 부임하는 문제를 놓고 (서로들 안 간다고) 다툼하는 상황은 결코 좋지 않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최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10 총선 이후 경제계의 영향과 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손 회장은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에 대해 "국가발전의 대의 앞에 타협의 정치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사진=박범준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최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10 총선 이후 경제계의 영향과 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손 회장은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에 대해 "국가발전의 대의 앞에 타협의 정치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사진=박범준 기자

―조만간 경총이 노동개혁 추진단을 결성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향후 계획은.

▲세상사 서로 싸워서 되는 게 아니다.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국민이 가장 중요하다. 노동개혁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야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느냐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에서도 '말이 말 같아야' 받아들이지 우리 고집만 부린다고 받아주겠느냐. 대국민 설득이 중요하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새 국회가 노동개혁과 함께 어떤 부분들의 입법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야당에 설명드리고 싶은 것은 우선은 '세제개혁'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60%(최대주주 주식할증평가 반영 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6.5%다. 법인세는 한국이 24%인 반면 OECD 평균은 22%다. 낮은 조세경쟁력이 투자를 위축시키고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킨다. 특히 상속세에 대해 많이 설명드리려고 한다. 상속세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상속세 부담에 직면하는 기업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상속세 부담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방법을 찾는 기업인도 있고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도 있다. 국내에서 힘을 모아야 하는데,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최근에 와서 정부가 세제개혁 문제에 상당히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수 있어 걱정스럽다. 야당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총선 전 국민의힘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했는데 앞으로는 세제개편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시행에 들어가는 금투세(주식 등 금융소득이 연간 5000만원 초과 시 최대 25% 세금부과)는 지금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중단했으면 한다. 기업이 활발히 움직이게 만들어줘야지 안 그러면 (경제가) 어려워진다. 세제 문제에서 상속세, 금투세 같은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많이 해소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나라 잘되자고 하는 것이지 않나. 이 점을 (정치권에) 설득해서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다. 정치라는 것은 항상 여야가 있는 법이다. 잘 설득하고 타협해 가면 한 단계 레벨업이 되는 것 아니겠나.

―성과급제 등 임금제도 개편에 대해선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가.

▲경총은 연공제에서 성과급제로 전환을 위해 임금제도 개편 문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노사 간에 임금체계를 결정할 때 우리는 반드시 노사가 합의를 해야 임금제도 개편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일본의 예를 보면 노사 간에 합의를 고집하지 않고 사회통념상 괜찮다고 하면 합의한 것으로 본다. 이런 법제도 개편 문제에 대해 그간 많이 얘기하지 않았는데 사실 이런 문제가 내재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도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성과급 문제도 있다. 국가가 발전하고 경제가 발전하려면 성과급제로 가야 되지 않겠나. 이에 대해 요새 젊은 분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 MZ노조는 전통 노조와 다른 결을 갖고 있다. 최근 쿠팡이 경총 회원사로 가입했고 지난해 카카오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2030세대와의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MZ세대의 가장 장점이라면 '합리성' 아니겠나. 고집을 부리지 않고 합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도 합리성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부분이 노사발전을 위해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만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분들의 뜻을 경청해야 한다. MZ세대 노조가 나온 것은 우리 노사문화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MZ세대가 나와서 노조를 만들어 일본 노사문화에 있어서 큰 발전을 가져온 예가 있다. MZ세대가 나서서 노조를 결성하는 것에 대해 반갑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반도체 투자로 거액의 보조금 지원을 받았다. 첨단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방안의 개선점은.

▲미국, 일본 등 경쟁기업과의 다툼에서 순위 바뀜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 여야가 합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대만 TSMC 유치를 위해 12조원이란 엄청난 지원을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관련 기업지배구조 개편,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는지.

▲밸류업은 진행돼야 한다. (한국 주식이) 너무 싸니까 해야 된다고 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야 밸류(가치)를 높일 수 있지 않겠나.

―과거 한일 재계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한 데 이어 최근 제1차 한중 경영자회의를 개최했다. 한중관계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과거 한국 전체 수출의 25%를 대중 수출이 차지했는데 지난해에는 19.7% 정도였다. (축소됐다고는 하나) 우리가 19.7%나 수출을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큰 고객인 것이다. 지난달 중국에서 개최한 포럼에서는 중국 정부가 호의를 갖고 성의를 다 해줘 잘 치렀다. 한일관계도 좋아지고 있으니 중국과의 관계를 좀 더 우호적으로 복원해서 잘 가면 안심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까지 추진했던 개혁방안에 대해 확신을 갖고 추진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지금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 다들 공감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확신을 갖고 나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이끌고 있는 손경식 회장(85)은 지난 2월 경총 회원사 만장일치로 네번째 임기(2년)를 시작했다. 앞서 2005~2013년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했다. CJ그룹 회장으로도 30년간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건강 관리에 대해선 "특별한 비결은 없다. 잘 자고 잘 먹고 운동을 계속하는 것 그 세 가지면 된다"고 한다. 그는 재계에서도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는 경제인으로 손꼽힌다.
아시아권 해외 출장의 경우 1박2일 강행군을 지금도 고집할 정도로 건강에 자신을 갖고 있다. 또 광범위한 해외 인맥을 기반으로, 한일·한중 관계 악화 때마다 민간 차원의 소통창구를 가동해 왔다.
손 회장은 이번 임기 내 노동·세제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

정리=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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