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우크라·이스라엘·대만에… 美 원조 패키지 131조 풀린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1 18:13

수정 2024.04.21 18:13

의회 표류 반년만 상원 통과 유력
상원통과 예산안 3개로 쪼개 처리
우크라 84조·이스라엘 36조 지원
틱톡 강제매각 등 中 견제 법안도
미국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주)이 2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하원에서 해외 안보 예산 가결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DPA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주)이 2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하원에서 해외 안보 예산 가결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DPA연합뉴스
야당의 반대로 약 반년 동안 해외 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미국이 마침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에 약 131조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 붓게 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세계 각국에 "미국의 지도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축했으며 지원을 받은 각국에서도 일제히 감사를 표했다.

■공화당, 바이든과 대치 끝에 결단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 하원은 20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우크라 지원 예산 608억 달러(약 84조원) △이스라엘 지원 예산 260억 달러(약 36조원) △ 대만과 인도·태평양 동맹 및 파트너의 안보 지원 예산 81억 달러(약 11조원) △중국 SNS 틱톡 강제 매각 수정안까지 4개 법안을 가결했다.

해당 법안들은 상원 표결을 거쳐 바이든의 서명을 통해 발효되며, 민주당이 과반인 상원 상황을 감안하면 무난히 통과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우크라 지원 예산 고갈을 우려했던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이스라엘과 우크라, 대만을 지원하는 예산을 묶은 1050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으나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공화당 강경파는 우크라 전쟁에 돈을 쓰는 것보다 불법 이민자 차단이 더 급하다며 바이든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올해부터 미국의 지원이 고갈된 우크라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원에서는 지난 2월 우크라와 이스라엘, 대만 지원 예산을 묶은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나 하원에서 이를 처리하지 않았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주)은 이달 이란과 이스라엘이 미사일을 주고받는 등 중동 상황이 심각해지고 우크라의 패색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공화당 강경파 설득에 나섰다. 그는 결국 상원에서 통과된 예산안을 3개로 쪼개 처리했다.

강경파로 꼽히는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주)은 20일 우크라 지원안 등을 표결에 올린 존슨에 대해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존슨의 해임안을 제출안 테일러는 "존슨은 이미 레임덕(권력 누수에 허덕이는 정치인)"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스라엘, 美에 감사

바이든은 20일 하원의 표결 직후 성명을 내고 "하원 양당 의원들은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하고 세계무대에서 미국 리더십의 힘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원이 이 법안을 나에게 빨리 보내줘서 법안에 서명하고 우크라의 긴급한 전장 수요를 맞추기 위해 무기와 장비를 신속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법안이 발효되면 미군이 일단 유럽 등의 무기 재고를 우크라에 공급하고 배정된 예산으로 재고를 보충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날 성명을 내고 "오랫동안 기다려온, 매우 중요한 미국의 원조 패키지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악이 승리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모든 미국인에게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의 지원을 이용해 두 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패배해야만 하는 이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년 2개월 동안 우크라를 침략하고 있는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예산안 통과에 대해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들겠지만 우크라를 더 망치게 될 것이며, 더 많은 우크라인들의 죽음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우크라 정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 의회가 원조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키며 이스라엘과 서구 문명 수호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대변인을 통해 하원의 예산안 통과가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침략"이라고 주장했다.

■대만·틱톡으로 中 견제 가속

대만 국방부 역시 20일 발표에서 대만 지원 예산에 감사를 표했다.

국방부는 이날 표결에 대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변치 않는 지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존 협의체를 통해 예산 사용에 관해 미국과 조율하고, 국가 안보와 대만해협의 평화 및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대비 태세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대만 등 중국 주변국에 안보 지원을 제공할수록 중국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미 공화당은 20일 하원 표결에서 상원의 예산안과 별도로 강경파들의 입맛에 맞는 중국 견제 법안을 추가했다.

이날 통과된 4번째 법안인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 법안에 따르면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 SNS인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270일 이내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서비스가 금지된다.

법안은 미 대통령에게 1회에 한해 90일간 매각 시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미 의원들은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기업이기에 틱톡에 가입한 미국인의 정보가 중국 당국으로 넘어간다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틱톡은 20일 표결 직후 성명을 내고 "하원이 1억70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인(틱톡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700만개 기업을 황폐화하는 한편 연간 미국 경제에 240억달러를 기여하는 플랫폼을 폐쇄할 수 있는 법안을 서둘러 처리하기 위해 중요한 외교 및 인도 지원을 핑계로 삼은 것은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SNS 엑스(X)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9일 X에 글을 올려 "틱톡 금지가 X에 도움이 될 지라도 미국에서 틱톡이 금지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