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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가전 ‘유럽 빌트인’ 확장… "1㎜ 오차 없는 품질이 생명" [현장르포]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1 08:00

수정 2024.04.21 18:23

밀라노 최대 가전매장 ‘미디어 월드’ 가보니
삼성전자 매장 빌트인 가전 눈길
에너지 효율 높인 제품들로 공략
"이탈리아 10명 중 8명 삼성 쓴다"
루베 등 명품가구 브랜드와 협업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의 가장 큰 가전 매장인 'Media World' 2층에 위치한 삼성전자 매장.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의 가장 큰 가전 매장인 'Media World' 2층에 위치한 삼성전자 매장.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의 'Media World' 전경. 삼성전자 제공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의 'Media World' 전경.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밀라노(이탈리아)=김동호 기자】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떨어진 가전매장 '미디어 월드(Media World)'를 최근 방문했다. 2층 건물의 빨간색 외벽에 흰색 큰 글씨로 'Media World'가 적혀 있었다. 이 곳은 '이탈리아의 전자랜드'로 불린다. 1층에는 브랜드별로 모바일 보테가(상점)들이 입점해 있고, 2층에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가전을 선도하는 삼성전자 매장을 만날 수 있었다.

■삼성전자, 이탈리아 빌트인도 '초격차'

지난 17일(현지시간) 찾은 미디어 월드는 독일계 MSH의 자회사로, 밀라노 시내에서 가장 큰 가전 매장이다. 유통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유럽 전역을 합쳐 톱3 안에 들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당초 브랜드 노출을 막는 판매 전략을 취해왔지만, 코로나 이후 유럽 최초로 '할당된 공간 내 최대 노출'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2층에 위치한 삼성전자 매장을 들어서자 '빌트인 와이드 상냉장·하냉동 냉장고'가 고객을 맞이했다. 집이 좁은 유럽은 한국과 달리 보통 냉장고를 1개만 사용한다. 보관 공간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식재료를 변하지 않고 오래 보관하고 싶다는 이탈리아인들의 니즈를 반영해 옆으로 크기를 늘린 제품을 출시했다.

빌트인 가전은 이탈리아 가전 시장에서 52%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분야다. 제품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10% 이상 비싸고, 냉장고·오븐·쿡탑·식기세척기 4개가 기본 구성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델 교체가 어렵고, 설치 용이성, 높은 품질 요구 등 신규 브랜드가 진입하기 어려운 보수적인 시장으로도 꼽힌다.

삼성전자는 빌트인 가전 공략을 위해 '에너지 효율'에 주목했다. 최근 유럽은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해 에너지 절감 제품에 관심이 높다.

특히 냉장고는 높은 전기요금 부담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탈리아인은 가격이 낮은 F등급을 주로 많이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A등급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10% 더 줄인 냉장고를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섰다. 비스포크 세탁기는 A등급보다 40%를 더 절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 이탈리아법인 석혜미 프로는 "삼성전자는 이탈리아에서 2013년부터 프리스탠딩 가전 시장 1위를 지켜 왔고, 빌트인까지 포함한 전체 가전 시장에서도 2022년 1위로 올라섰다"며 "2023년 4·4분기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인 10명 중 8명이 삼성 제품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명품 가구 브랜드와 협업

미디어 월드에 이어 들린 명품 주방 가구 전문 브랜드 '스카볼리니'와 '루베' 매장에서는 삼성전자 빌트인과 협업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탈리아 빌트인 시장에서 12%의 매출 증가를 달성하며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석 프로는 "빌트인은 1㎜의 차이로 유통망 진출 여부가 판가름 날 정도로 품질이 생명"이라며 "삼성전자는 (품질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의 5대 명품 가구 유통사와 모두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빌트인 매출을 견인할 제품은 '와이드 상냉장·하냉동 냉장고'다. 할머니와 엄마가 쓰던 가전을 물려받아 쓰는 경향이 강했던 이탈리아 시장에서 혁신 기술로 시장 진입에 성공한 만큼, 유럽 전역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석 프로는 "와이드 냉장고는 변화의 움직임이 가장 빠른 이탈리아를 넘어서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전역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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