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쌓이는 전기차 재고… 완성차 업계도 하이브리드차에 집중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1 18:50

수정 2024.04.21 18:50

올 전기차 판매 980만대 전망
작년보다 30만대 늘어난 수치
FT "업계 가격 인하에도 한계"
전기차 수요 둔화와 물류 병목 현상이 겹치며 유럽의 주요 항구가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중국 동부 산둥성 옌타이의 한 조선소에 수출용 신형 차량이 쌓여 있는 모습. AP뉴시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물류 병목 현상이 겹치며 유럽의 주요 항구가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중국 동부 산둥성 옌타이의 한 조선소에 수출용 신형 차량이 쌓여 있는 모습. AP뉴시스
테슬라가 전세계 직원의 10%를 감원한다고 발표하자 세계 전기차(EV) 시장에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외신들은 테슬라의 감원에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감산과 신차 발표 연기, 하이브리드차에 더 투자하는 것에 주목하면서 현재의 진통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 업계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만든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들이 유럽 주요 항구에 계속 쌓이고 있는 것은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들어 전기차 판매 부진에 주목하면서 앞으로 예상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하나는 가격이 내연기관차 보다 싸지고 충전소가 늘며 소비자들이 EV 기술을 포용해 한번 구매한 소비자들은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장점인 소음이 거의 없고 스포츠카와 같은 빠른 가속, 장기적으로 유지비가 적다는 점이 부각되는 경우다.

또 다른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충전소 부족에 운전자들이 전기차를 영원히 기피하는 것이다.

지난 1일 설문조사 기관 샐럽이 발표한 통계에서 전기차 구매를 심각하게 검토했거나 고려하고 있다는 미국 성인이 지난해의 55%에서 44%로 줄었다.

미국 자동차 정보 사이트 켈리블루북의 편집장 브라이언 무디는 올해의 자동차 시장 추세에 대해 "소비자들이 가성비와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차를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환경 문제를 이해하지만 생활을 하기에는 하이브리드차가 더 적합한 것으로 본다며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동차를 충전하는데 45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가격이 떨어지고 충전소가 더 설치될 것으로 기대가 됨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에서 전기차 관련 고문을 지낸 한 관리는 앞으로 2년이 고비가 될 것이며 2020년대말까지는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여러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빠른 증산이 필수적이나 포드와 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EV보다 하이브리드차 투자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수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1050만대였으며 올해는 1350만대, 내년에는 1800만대로 불과 2년동안 70%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판매 예상 규모는 지난해의 950만대에서 980만대로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이며 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한편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와 EV 기술을 무기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비야디(BYD)는 최저 대당 9700달러(약 3460만원)에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주행거리가 짧고 서구 시장에서 원하는 기능이 부족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유럽과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로 수출이 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자 미국과 유럽 자동차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에서도 더 우수한 전기차를 판매하기 시작하는날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언젠가는 서방의 경쟁업체들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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