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7살 딸 인생 망가졌다" 출근했던 아내 뇌사 '오열'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2 05:20

수정 2024.04.22 07:26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파이낸셜뉴스] 한 기업 검사실에서 종이컵에 담긴 화학물질(렌즈코팅박리제)를 마신 30대 여성 근로자가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과 관련 법원이 회사 관계자들에게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은 업무상 과실치상과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또 A씨 상사 B 씨에게는 벌금 800만원, 해당 기업에는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6월 28일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경기 동두천시의 중견기업 검사실에서 렌즈 코팅을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유독성 용액이 담긴 종이컵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

사건 발생 당시 A씨 옆에서 검사를 하던 30대 여성 C씨는 바로 옆에 있던 해당 종이컵을 발견, 투명 액체를 물인 줄 알고 마셨다.

C 씨는 이후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고 원인 파악이 늦어지면서 투석 치료 등이 지연, 현재까지 뇌사 상태에 빠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사결과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은 고의성은 없었지만, 유독물질을 적절한 용기에 담지 않고 취급을 부주의하게 한 점 등 과실이 인정됐다.

앞서 검찰은 A 씨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 상사인 B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해당 기업에는 벌금 30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유해 화학물질 관리를 소홀히 해 피해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중상해를 입혔으며, 해당 기업도 불법을 장기간 발견하지 못했고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도 않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C씨의 남편은 재판부에 피해 사실을 호소하며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저와 7살 딸의 인생이 한순간에 망가졌다”며 토로했다.

재판부는 “평소 피해자가 종이컵을 이용해 물을 마시며, 사고 당시도 손에 닿는 거리에 놓인 종이컵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더구나 회사는 화학물질 성분을 파악하지 못한 채 사고가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자가 적절한 조치를 빠르게 받지 못한 잘못도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배우자에게 사죄하고 피해보상에 합의한 점, 피해자의 치료 지원을 위해 상당히 노력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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