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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 공개초안 나왔다···“기후 분야부터 추진”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2 15:00

수정 2024.04.22 15:00

ESG 금융추진단 제4차 회의 개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모두발언
지배구조(거버넌스), 전략 등 핵심 4가지 공시해야
정합성, 비교 가능성, 부담 완화 등 방향 제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사진=뉴스1(금융위원회 제공)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사진=뉴스1(금융위원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국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 도입을 기후 분야부터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조상으론 단순 정보 나열 대신 비교 가능성이 높은 형태로 설계하고, 도입 시기도 2026년 이후로 늦추기로 한 만큼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ESG 금융추진단’ 제4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같이 전했다. 공개초안 전문은 오는 30일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의결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0월 16일 제3차 회의 이후 반년 만에 열렸다. ESG 금융추진단은 ESG ‘공시-평가-투자’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정책과제들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2월 구성된 회의체다.


공개초안에 무엇 담겼나
이번에 공개된 공안초안은 △일반사항(제1호) △기후 관련 공시사항(제2호) 등 의무공시 기준과 추가공시 기준인 △정책목적 추가공시 (선택)사항(제101호) 등 3개로 구분돼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일단 ‘기후’ 분야부터 기업 공시를 의무화한다. 보고기업은 투자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위험’과 ‘기회’ 관련 정보를 시장에 알려야 한다. 구체적으로 지배구조(거버넌스),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등 4가지 핵심요소를 공시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를 감독·관리하기 위해 활용하는 의사결정 과정, 통제·절차 등을 의미한다. 관련 기구나 경영진 역할 등에 대한 정보가 이에 해당한다.

전략은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접근법을 뜻한다. 기후 기회와 위험을 식별하고 이 요인이 사업 모형이나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을 적어야 한다. 이때 보고기간(1년)뿐 아니라 단기, 중기, 장기에 걸쳐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도 밝혀야 한다.

과정도 공시해야 한다. 그 중요성을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지정하는 작업이다. 끝으로 이들 과정에 대한 기업 차원의 노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산업전반 △산업기반 △기후 관련 목표 △기타 성과 지표 등으로 구성된다.

저출산·고령화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도 공시기준을 마련했다. 기업이 스스로 환경정보, 산업안전 관련 사항, 장애인 고용 현황 등 정부 정책 사용현황을 공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다양한 채널에 흩어져있던 정보들이 ‘ESG 공시제도’를 통해 시장에 일괄 제공될 전망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기본 방향 3가지
김 부위원장은 공개초안의 3가지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주요국 및 국제기구 기준을 참조해 글로벌 정합성을 갖추겠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 이중 공시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 일환으로 국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기후 분야부터 공시 의무화를 추진한다. 일단 그 외 요소에 대해선 기업 자율에 맡긴다.

다음으로는 공시 내용의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을 살린다. 김 부위원장은 “기후 관련 위험, 기회요인 정보가 단순한 공시지표 나열이 아니라 기업 기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등 핵심요소에 따라 체계적으로 제공되도록 할 것”이라며 “기업의 실질적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공시기준 적용이 기업에 무리한 압박이 되지 않도록 기준을 제정한다. 김 부위원장은 “국내 기업 공시 역량과 준비상황을 감안해 상세한 예시적 지침을 제공하고 재무적 영향과 같이 측정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양적 정보 대신 질적 정보 공시도 허용할 것”이라며 “온실가스 측정 어려움을 감안해 국제뿐 아니라 국내기준으로 측정한 배출량 공시도 허용했다”고 짚었다.

앞서 금융위는 3차 회의 때 ESG 공시 도입을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2026년 도입이라면 해당 시점에 전년(2025년) 정보를 공시한다는 뜻이다. 또 정착 초기엔 제도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 제재 수준을 최소화하고, 대형 상장사부터 순차 적용한다고도 했다.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국 ESG 공시 의무화가 지연됐고, 국제회계기준(IFRS)-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도 6월(2023년)에야 확정됐기 때문”이라며 “기업 측 일정 연기 요청 등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ESG 공시는 이제 더 이상 단기 테마가 아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ESG 공시를 자리매김하고 있는 미국·유럽 국가에서 사업을 하거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국내기업은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시규제 대상이 해당 기업뿐 아니라 종속기업이나 가치사슬 내 협력업체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유럽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공시 기준인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가 지난해 7월말 확정됨으로써 2025년부터 의무화 예정이다. 유럽연합(EU) 증시에 상장(자회사 포함)됐거나 EU 내 기업 협력사 등에 해당하면 역외 기업이라도 단계적으로 이를 준수해야 한다.

미국 역시 지난 2022년 3월 기후공시 의무화 초안을 발표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해 3월 의무 적용을 승인했다. 국내기업이라도 미국에 상장돼있다면 단계적으로 공시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도 ESG 공시 의무화를 준비 중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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