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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보조금으로 분수·가로수 만들어...부정집행 465억원 적발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2 14:20

수정 2024.04.22 14:20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사업 운영실태 점검
135개 지방자치단체 362개소 전수조사
부정집행 1170건, 465억원 적발...보조금 엉뚱한데 써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신대경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 부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특정업체 특혜 제공, 쪼개기 수의 계약 등 지방공기업 위법·부적정 업무처리 80건 적발에 대한 '지방공기업 사업추진 실태점검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4.15. kmx1105@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신대경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 부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특정업체 특혜 제공, 쪼개기 수의 계약 등 지방공기업 위법·부적정 업무처리 80건 적발에 대한 '지방공기업 사업추진 실태점검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4.15. kmx1105@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숲 조성에 지원된 보조금이 부적정하게 쓰인 사례가 117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만에 처음으로 대대적인 종합점검이 이뤄지며 그간 누적된 부적정 집행내역이 드러난 셈이다. 숲이 아닌 엉뚱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데 보조금을 집행한 사례가 가장 빈번했고, 사업 대상지를 변경하거나 계약을 임의로 조정하는 등 부적정 집행 규모도 465억원에 달했다.

22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산림청 합동으로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사업’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대상지 선정, 보조금의 목적외 사용, 이자정산 분야 등 총 1170건, 465억원의 부적정 집행내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사업'은 정부가 지난 2018년 12월 ‘10대 밀착형 생활 SOC 사업’ 중 하나로 지정해 추진했다. 지난해까지 총 706.1㏊ 넓이의 미세먼지 차단숲 472개소가 생겨났다. 현재 '기후대응 도시숲'으로 변모한 차단숲은 인천 석남산업단지에서 주거단지의 미세먼지 농도를 산업단지 대비 39.8% 낮추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다만 투입한 국고 보조금에 대해 종합적인 점검은 지난 4년간 전무했다. 135개 자치단체에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투입한 6945억원 가운데 절반인 3472억원은 국고 보조금이다. 부패예방추진단은 사업 추진 후 2022년까지 4년간 362개소의 보조금 신청·교부, 정산, 사업 이행·관리 등 사업 전반을 이번 기회에 점검했다.

사업대상지 관련 부정이 액수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15개 자치단체에서 산림청의 변경승인 없이 임의로 사업지를 추가·변경한 사례가 39건(137억원) 적발됐다. 당초 승인을 받은 대상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아예 다른 곳에 숲을 조성한 경우다.

상한액을 맞춘 다수의 분할 수의계약(2건), 법령 근거 없는 위탁계약(1건), 법령위반 수목 조달(1건) 등 계약 절차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나왔다.

수목 식재 외 시설물을 설치한 경우가 가장 빈번하게 나타났다. 전체 1170건 가운데 992건이 나무가 아닌 엉뚱한 곳에 보조금을 투입한 사례였다.

특히, 소리분수(5.5억원), CCTV(75백만원), 안개분사기(1억원) 등 수목 식재와 전혀 무관한 시설물을 보조금으로 설치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수목 식재 외 시설물 설치 사례 /사진=국무조정실
수목 식재 외 시설물 설치 사례 /사진=국무조정실
나무를 샀지만 숲 조성이 아닌 가로수길에 심은 경우도 나왔다. 24개 자치단체는 39개 사업(83억원)에서 ‘미세먼지 차단숲’ 보조금을 사용하여 총 길이 43.99km에 이르는 가로수를 조성했다.

30개 자치단체에서는 ‘미승인 지역’에서 보조금 집행, 수목이 아닌 ‘편의·경관시설물’을 설치한 사례가 56건(36억원) 적발되기도 했다.

숲을 조성하는 대상지 선정에도 부적정한 사례들이 발견됐다. 미세먼지 차단숲은 미세먼지 배출 오염원인 산업단지(농공단지 포함), 도로변, 발전소, 쓰레기·폐기물장 등 주변에 설치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는 폐철도 관광자원화에 보조금을 투입하거나 대상지를 다수로 분할·산재시켜 사용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보조금을 활용했다.

이자반납 누락, 이자율 오적용과 같은 보조금 부적정 정산 사례도 21개 자치단체에서 40건(1억원) 적발했다.

정부는 보조사업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된 보조금 79억원에 대해 환수에 나선다. 지방비를 제외한 집행금액의 50%를 추산한 금액이다. 74개 자치단체에는 기관주의 조치가 내려진다.

법령에 근거 없이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보조금을 임의로 정산하거나, 지자체 조례에 근거하여 임의로 식재를 조달한 자치단체 2곳에 대해 서는 감독기관(행정안전부)에 감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향후 부적정 집행 방지를 위해 정부는 관련 법령 등 제도개선과 함께 사후관리 강화에 나선다.
보조사업 평가시 사업지 위치·규모·분할 여부 등을 기준에 포함하는 등 사업지 평가 비중을 확대하여 대상지 심의를 강화하고, 설계 단계에 시설물 내역 체크리스트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사업이 완료된 후 사업계획서, 설계내역서, 준공내역서를 검토하는 검증절차를 구축하여 보조금 집행잔액을 임의로 사용할 수 없도록 예방하는 등 보조금 교부에 있어서도 집행 절차를 개선할 예정이다.
광역자치단체의 현장점검과 증빙점검 등 책임을 강화해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할 방침이다.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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