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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신고 쉬쉬… 실제로는 6만 아닌 10만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2 19:01

수정 2024.04.23 08:07

정부 집계는 6만4874가구지만
건설사들 "비인기단지로 찍힐라"
물량 숨기거나 축소 신고하기도
사실상 강제사항 없어 통계구멍
"의무화해 신뢰성 높여야" 지적
미분양 신고 쉬쉬… 실제로는 6만 아닌 10만
#. 서울 강서구는 청약을 마친 화곡동 A단지에 최근 미분양 물량 정보제공을 요청했다. 청약미달로 미분양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신고가 누락돼 답변을 받지 못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분양 신고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시행·시공사에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 10만가구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낙인효과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자발적 신고를 꺼리는 데다 치솟는 공사비에 분양승인 취소물량이 늘고 있지만 미분양 통계에는 잡히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집계한 6만가구를 뛰어넘는 두자릿수에 이미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단지처럼 지자체에 미분양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적지 않아 신고 의무화 등으로 통계 수치의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분양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일선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 대구시 관계자는 "계약일이 지나면 해당 사업주체에 미분양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들의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건설사들이 거짓으로 신고할 경우 지자체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국토교통부 집계 기준으로 올해 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874가구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제론 10만가구를 웃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사업주체가 지자체에 보고하지 않거나 축소 등 거짓으로 신고해도 강제하거나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분양 주택 신고는 지자체가 취합, 국토부에 전달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이 그대로 드러나면 인기 없는 단지로 낙인 찍히게 된다"며 "일부 건설사들은 아예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 안성의 B사업장, 부산의 C사업장 등도 신고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분양 집계의 사각지대로 꼽히는 분양승인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경산 아이파크 2차'는 미분양 부담으로 최근 계약·중도금을 돌려주고 분양을 취소했다. 2022년 10월에 청약을 받았지만 올 2월 기준으로 전체 745가구 중 96%인 721가구가 미분양됐기 때문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며, 상황을 보면서 재분양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대구에서 '영대병원역 골드클래스센트럴(660가구)' '수성센트레빌어반포레(310가구)', 울산에선 신일건설 2곳 사업장 등 총 4개 단지의 분양승인이 취소됐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은 "통계 누락분을 감안하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정부 통계를 웃도는 10만가구대로 추정되고 있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분양승인 취소가 이어지고 있어 정부 집계치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주택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신고의무화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서울시가 미분양 신고 의무화를 정부에 건의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한편 전국 미분양 주택의 역대 최대치는 지난 2008년 16만5599가구이다.

ljb@fnnews.com 이종배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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