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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총선 이후 더 뜨거운 금투세 논란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2 19:09

수정 2024.04.22 19:09

김병덕 증권부 부장
김병덕 증권부 부장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청원이 목표치(5만명)를 넘어섰다. 지난 9일 시작한 국회 청원은 7일 만에 목표를 달성했고, 이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로 넘어갔다. 지난해 연말 쏟아졌던 공매도 제도개선에 관한 청원에 뒤지지 않는 속도다. 공매도 제도개선 청원 역시 그해 10월 4일 시작해 일주일 뒤 5만명을 돌파했고, '공매도 한시적 중단'이라는 이례적 결정으로 이어졌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이익과 손실을 통산한 후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면 초과분의 20~25%만큼 부과하는 세금이다. 해외주식이나 채권투자의 경우 연간 수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금투세 부과대상이 된다.


핵심은 그동안 비과세됐던 개인투자자의 상장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를 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투자자 사이에서도 논란이 거셀 정도로 민감하다. 금투세를 반대하는 투자자들은 "고액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자금을 빼서 해외로 나갈 것이 분명하고, 이는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역행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는 큰손이 해외주식으로 빠지면 국내 증시의 하락은 불 보듯 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반면 시행을 찬성하는 쪽은 금투세 적용을 받는 투자자가 15만명(전체 투자자의 1%) 수준이어서 자본유출을 고민할 정도는 아니라고 맞선다.

특히 금투세 시행으로 얻을 수 있는 1조7000억원 규모의 세수가 경기둔화 등으로 줄어든 정부의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득을 얻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론도 강하다.

금투세에 관한 청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행을 3개월 앞두고 있던 지난 2022년 10월 금투세 시행을 유예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당시에는 2주 만에 5만명을 채웠다. 들끓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깜짝 놀란 여야는 그해 12월 22일 가까스로 시행을 2년 늦추기로 합의했고,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행이 유예됐다는 소식에 내리막을 걷던 코스피지수가 27.78p(1.19%) 오를 정도였다.

금투세 시행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이유다. 2022년 금투세 유예 청원의 취지를 살펴보면 '외국인과 기관은 부담하지 않는 개인투자자의 독박과세''고액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탈출 가능성'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2년을 유예하고 그 기간에 법과 제도를 정비해 줄 것을 청원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인, 외국계 펀드, 기관, 개인투자자 여부에 따라 과세가 결정되는 불합리한 세금이라는 점이 또다시 지적됐다. 외국인과 외국계 펀드는 비과세하고, 개인은 법인·기관에 비해 불리한 세율이 적용된다는 점이 다시 거론됐다. 그러면서 금투세 시행은 필연적으로 주가 하락을 불러와 개인투자자의 국내 자본시장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금투세 시행으로 증시가 급락해 곤욕을 치른 사례가 있다. 1998년 9월 금투세와 유사하게 주식양도차익 과세 도입을 발표한 대만은 이후 한 달 동안 주가가 30% 넘게 추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주가 급락, 거래 감소 속에 투자자들의 반발이 날로 거세지자 대만 정부는 시행 1년 만에 '전면 철회'라는 백기를 들기도 했다.

사실 금투세는 총선용 이슈라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로도 금투세 논란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누가 이긴 것과 무관하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됐다는 얘기다.


현재의 법안만으로는 금투세를 반대하는 투자자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활동계좌 수 7000만개가 넘을 정도로 주식투자는 어느새 국민들의 몇 안 되는 자산증식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투자의 1순위 목적은 수익이다. 주식투자를 해서 많은 수익을 얻는 게 죄는 아니지 않은가.

cynical7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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