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허위서류로 계좌 602개 개설… 업무방해죄 아냐"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3 18:31

수정 2024.04.23 18:31

대법,무죄 취지 원심 파기환송
"은행기관 부실 심사 따져봐야"
바지사장을 내세운 유령 법인으로 계좌 수백 개를 개설한 것을 놓고 금융기관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려면 금융기관이 제대로 심사를 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지난달 28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9년 유령법인의 대표자로 명의대여자인 B씨를 선임하는 법인 변경 등기를 마친 뒤 은행 지점에서 법인명의의 계좌를 개설했다.

A씨는 법인 계좌가 개설되면 이에 연계된 통장, 체크카드를 도박사이트나 보이스피싱 조직에 유통할 목적으로 유령법인을 정상적인 회사인 것처럼 사업자등록증과 인감증명서 등 서류를 은행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2019년 1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금융기관들로부터 35개 유령법인 명의의 계좌 602개를 개설해 금융기관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이러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모두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해 금융기관의 업무담당자가 피고인에게 금융거래 목적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적절한 심사절차를 진행했음에도 피고인의 문서 위조 등으로 업무담당자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심리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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