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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 최초 독문·불문학과 '폐지' 수순..'인문학 붕괴' 우려

조유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4 10:32

수정 2024.04.24 10:3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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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덕성여대가 서울 시내 대학 최초로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학계에서는 '인문학 붕괴 조짐'이라며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24일 덕성여대에 따르면 학교법인 덕성학원 이사회는 전날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 신입생 미배정, 259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 신설 등을 골자로 한 학칙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앞서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은 지난달 26일 이 같은 학칙 개정안을 공고하면서 "2023학년도에 평가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유지가 불가한 전공의 학사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학교 측은 두 학과의 인기 저조 등을 폐지 근거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재학생 감소에 따른 해당 전공의 정상적 운영 불가, 인구 감소 추세에 따른 수도권 대학 존립 위기에 대비한 선제 대응 필요성,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한 고등교육 환경·정책 변화 수용, 교육수요자 중심의 학문 단위 미래화·선진화 필요 등도 있다.


김 총장이 두 학과의 신입생 미배정 계획을 담은 학칙 개정안을 공고한 것은 지난해 6월, 올해 2월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 두 차례 공고는 모두 대학평의원회에서 부결됐는데, 학내 의결기구의 부결 결정에도 한 달여 만에 같은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재차 공고한 것이다.

결국 이달 5일 열린 대학평의원회에서는 찬성 7표, 반대 5표로 가결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평의원들에 대해 압박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학내 반발 목소리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한 교수는 안건이 통과된 뒤 교직원 게시판 글을 통해 "대학평의원회의 부결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재차 삼차 동일안을 상정하고 평의원들에 대한 지속 압박을 통해 끝내 통과시킨 것은 분명 대학 민주주의를 유린한 처사"라며 "도리를 벗어난 정치에 견제 세력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라며 평의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학교 측의 소통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일부 교수들은 지난달 전체교수회의 이후 "총장은 우리 대학의 지나친 민주주의가 문제라고 주장하며 대학평의원회의 두 차례 의결 결과를 비정상이라고 폄훼했다"라며 반발했다.


덕성여대 독어독문학과 학생회장은 "될 때까지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듯 같은 내용을 넣은 안건을 세 번째 상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난했다.

서울 시내 대학 최초로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가 폐지되면서 인문학 붕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덕성여대 독어독문학과 소속 한 교수는 "덕성여대 상황에 대해 독어독문학회나 지방 대학들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라며 "이번 결정으로 다른 학교 인문학 전공에도 부정적 영향이 갈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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