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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먼저 만나겠다" 李대표 간만에 박수받을 일 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26 14:37

수정 2024.04.26 14:37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러스트=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랜만에 시원한 모습을 보여줬다. 26일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 의제를 다루는 실무회담이 답보 상태에 빠지자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은 당연하다.

사전 의제 조율 없이 만나자고 한 것은 대통령실이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미리 의제를 논의하자고 했고 두 차례 실무 회동을 했지만 난항을 거듭했다. 민주당 측이 전국민 25만 원 지급과 거부권 행사에 대한 사과를 들고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가 간의 정상회담 등 매우 중대한 회담은 사전에 의제를 놓고 논의를 한다. 그래야 본 회담 진행이 수월해지고 의제에 대한 합의에 이르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영수회담에서 굳이 조율을 거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견해 차가 큰 문제들이 있을 때 사전 회동은 도리어 회담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25만 원 지급에 대한 여야 간의 입장 차가 매우 큰 것은 사실이다. 이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내건 현금 지급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은 그러잖아도 어려운 국가재정 여건을 볼 때 선심성 포퓰리즘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나라 살림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의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이 난제를 놓고 미리 합의하기는 어려웠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서 서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의견 합치를 시도해야 한다. 설령 합의에 이르지 못해 회담이 결렬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여야가 다루는 국정이나 정치적 사안만이 아니라 세상만사를 쉽게 풀려면 당사자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외면하고 등지고 있다 보면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만나서 귀담아듣고 의견을 차분히 교환하다 보면 접점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앞으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뿐만 아니라 여야 지도부도 공식, 비공식으로 자주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의사소통을 하기 바란다. 협치가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첫걸음이 만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꽉 막힌 실무 회동을 생략하고 먼저 윤 대통령에게 무슨 얘기든지 해보자고 제안한 이 대표의 태도는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만하다. 여당 측도 아낌없는 칭찬을 해도 좋을 것이다.

22대 국회가 출범하기도 전에 보여준 야당의 입법 폭주는 협치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말로는 민생을 위해 여야가 협력하자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다수 의석을 앞세우고 국정을 멋대로 운영해 온 야당의 행태가 다음 국회에서도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여당을 도외시한 채 입법권을 마음대로 행사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과정이 되풀이된다면 정국은 더욱 경색될 것이고 어려운 경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오는 29일 마주 앉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진정한 협치를 하겠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단지 25만 원 문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첫 술에 배가 부르기 어렵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여러 이유로 만나는 것 자체를 회피해왔다. 앞으로는 수시로 만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민생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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