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엔화 왜 이래" 34년만의 엔저, 최대관광지로 떠오른 '서울'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1 10:39

수정 2024.05.01 10:39

34년만의 엔저, 日개입한 듯
"해외여행 간다면 한국으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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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경민 특파원】 최근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하며 34년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치로 떨어졌다. 현재 엔·달러는 150엔 중반까지 진정됐으나 미일간 금리 차가 여전해 당분간 엔저(엔화가치 하락)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게는 외국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가격이 비싸졌지만, 황금연휴를 맞은 일본인들의 해외여행은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 심리, 경제 성장 등이 수요를 높인 가운데 비교적 저렴하고 가까운 한국이 최고의 여행지로 선택받고 있다.

34년만의 엔저, 日개입한 듯

1일 도쿄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엔·달러 환율은 오전 한 때 16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선 것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다.


엔·유로화 환율도 1유로당 171엔대로 단일 통화 유로가 1999년에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엔화는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한 때 1파운드당 200엔을 넘는 엔화 약세가 진행됐다.

이후 같은 날 오후부터 엔화 매수세가 몰려 달러당 엔화 가치는 155엔까지 진정됐다. 현재는 157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급격한 엔·달러 환율 변동에 놀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시장 개입으로 엔저를 방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이 5조5000억엔(약 48조4000억원)을 사용됐을 수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보도했다. 일본 당국이 엔화 매수 개입을 하면 민간 금융기관이 BOJ에 맡기는 당좌예금으로부터 엔이 국고로 이동해 당좌예금이 감소하는데 이를 계산한 것이다.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한 사실 관계는 재무성이 5월 말 발표하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확인된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전날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환율의) 과도한 변동이 투기로 발생하면 국민 생활에 악영향을 준다"며 "국제 규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당국이 시장 개입을 단행했는지는 "말할 게 없다"며 분명한 대답은 회피했다.

간다 재무관은 엔저에 대해 "거시경제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보다 마트의 식료품 가격이 매우 높아졌다"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영향이 커지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 2일 140엔대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우상향을 계속했다. 특히 BOJ가 지난달 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

닛케이는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가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하면서 엔저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감소한 것이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서울 명동거리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화상
서울 명동거리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화상

"해외여행 간다면 한국으로"

역대급 엔저는 일본의 원자재 및 수입 비용을 크게 높인다. 또한 값 싼 엔화로 일본인들의 해외여행 비용도 이전보다 훨씬 비싸졌다.

하지만 일본의 황금연휴인 '골든위크'(4월 26일~5월 6일) 기간 나리타공항을 통한 출국자 수는 43만8500명으로 지난해보다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든위크 기간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찾을 곳은 한국이다. 일본 대형 여행사인 JTB가 지난달 2000여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 조사에서 골든위크 기간 해외여행을 생각하는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20.8%가 여행지로 한국을 꼽았다.
이어 동남아시아(16.7%), 대만(13.5%) 등 순으로 달러, 유로화를 쓰는 지역은 배제됐다.

엔저 부담에 하와이(미국)과 유럽보다 부담이 적은 한국(100엔=879원)이 인기 관광지로 떠오른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엔화가 기록적인 수준의 약세를 보이면서 올해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되는 해외 여행지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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