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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한중 산업경쟁력 변화와 FTA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30 19:52

수정 2024.04.30 19:52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10년이 흘렀다. 한중 FTA는 이제 우리의 어려움 가중요인 중 하나다. 협상 시 우리는 1만2232개 품목 중 6108개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발효 후 20년 내 92%를 없애는 대신 중국은 8194개 품목 중 1649개는 즉시 철폐, 발효 후 20년 내 91%를 없애기로 했다. 불평등 FTA는 당시 우리 산업경쟁력이 중국 대비 충분하다거나 농수산물 보호를 위해 제조업 일부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기인할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중국은 대부분 업종에서 세계 산업생태계를 와해시킬 정도로 성장했다.
광활한 내수시장, 정부 지원, 서방 기술과 경험 학습 등으로 경쟁력을 키운 후 과잉생산으로 세계는 물론 특히 제조업 강국인 우리에게 어려움을 심화시키고 있다.

철강의 경우 2000년대 초 한중의 생산량은 각각 5000만t, 1억t으로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현재 한국은 7000만t, 중국은 10억t가량을 생산한다. 2022년 미국 철강 소비량보다 많은 약 1억t의 공급과잉으로 중국은 세계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수출은 동아시아,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다변화되었고 수출증가율은 국별 30∼90%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세계 석유화학 시장은 중국발 과잉공급으로 글로벌 에틸렌, 프로필렌 등에서 불황이 수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20~2024년 에틸렌 증설분 4500만t 가운데 2500만t은 중국에 의해 증설되었다. 이는 중동 생산능력의 70%, 한국의 2배가량에 이르며 우리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의 에틸렌 설비가동률은 2020년 89.4%에서 2023년 75.1%로 감소했고 2023년 수출은 전년 대비 15.9% 감소하면서 범용재 위주 기업들은 2022년 1·4분기부터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2023년 중국의 생산은 처음으로 3000만대를 넘어섰으며 수출은 500만대에 육박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경제개방 직후인 1992년엔 연간 자동차 생산은 100만대에 불과했으나 2009년 1000만대로 미국을 추월한 이후 15년간 생산이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멕시코, 사우디, 칠레, 유럽 등으로 수출지역은 다변화되었고 전기차 대당 수출가격이 2021년 1만9500달러에서 2023년 2만3800달러로 증가하는 등 고부가가치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태양광, 2차전지, 전기차 등 그린산업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산업에서도 나타난다. 2015년 이후 '인터넷+' 정책으로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세계적 플랫폼 기업들을 등장시켜 전자상거래, 핀테크, 온라인교육, 원격의료 산업을 일으킨 중국은 이제 'AI+ 정책'으로 제조업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미 컴퓨팅 시스템과 AI기술에서 미국 다음의 높은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평등 한중 FTA는 우리의 애로를 심화시키고 있다. 양허제외 등으로 자동차의 경우 중국은 한국산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우리는 8% 관세만 부과한다. 석유화학은 중국이 한국산 60개 이상 품목에 대해 5%가량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우리는 1∼2%의 관세만 부과한다. 더군다나 중국은 페놀, 아세톤, BPA 등에 대해 4.3∼12.5%의 반덤핑관세도 부과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 수출은 중단됐다는 업계의 아우성이다. 세계시장 중 중국이 45%를 차지하는 탄소섬유는 중국의 17% 관세 부과로 우리의 중국 수출은 거의 불가하다.


그동안 양국 간 산업경쟁력 급변으로 현재 양국 간 무역여건은 FTA 체결 당시와는 크게 달라졌다. 중국의 동의를 받기는 쉽지 않겠지만 우리로선 양국 간 FTA 개정협상 개시를 촉구해가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 중국의 반덤핑 규제 남발이나마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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