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프랑스 정부 용역 보고서 "청소년 SNS 금지" 권고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1 15:40

수정 2024.05.01 15:40

프랑스 정부 의뢰받은 용역 보고서에서 청소년 SNS 금지 권고
아동 및 청소년들의 지나친 스마트폰-SNS 의존으로 피해 우려
3세 미만 아동은 TV 포함 어떤 화면도 보지 말아야
프랑스 정부에서 권고 수용할 지는 아직 몰라
지난 2월 23일 미국 유타주 델타의 델타 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수업 전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공용 보관소에 맡기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월 23일 미국 유타주 델타의 델타 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수업 전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공용 보관소에 맡기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프랑스 정부의 연구 용역을 받은 전문가들이 18세 미만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금지하고 13세 미만 아동에게는 스마트폰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최근 아동 및 청소년의 과도한 정보기술(IT) 의존 현상을 비난했던 프랑스 정부가 이번 보고서의 권고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4월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유럽 매체들에 따르면 프랑스 폴 브루스 병원의 아민 베냐미나 정신의학 및 중독 부문 교수, 신경학자 서베인 무톤을 비롯한 10명의 전문가들은 같은날 프랑스 정부에 아동 및 청소년의 SNS·스마트폰 규제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는 프랑스 정부의 연구 용역으로 약 3개월 동안 작성됐다.


보고서 저자들은 IT 기업들이 아동 및 청소년을 상대로 돈을 벌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IT 기업들이 그동안 했던 짓을 알고 있고, 기업들이 책임을 피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액정 화면에 표시되는 끊임없는 콘텐츠들이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과 육체적 건강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우선 13~18세 청소년들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스냅챗같은 일반적인 SNS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청소년에게 대중을 겨냥해 이익을 추구하는 SNS보다 더 나은 교육과 수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5세 이상의 경우 일반적인 SNS가 아닌 '윤리적'인 SNS에 접속할 수 있다며 독일 SNS인 '마스토돈'을 예로 들었다. '탈중앙화'로 유명한 마스토돈은 기존 SNS와 달리 운영사가 규칙을 만들지 않고 사용자들이 스스로 규칙을 만든다는 차이점이 있다.

아울러 저자들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가질 수 있는 최소 나이가 13세라고 규정하고, 11세 이상 아동들은 휴대폰을 받더라도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기계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11세 미만 아동들은 어떤 형태로든 휴대폰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저자들은 3세 미만의 영·유아는 TV를 포함해 어떤 경우라도 영상 시청을 막아야 한다며 3~6세 아동은 성인이 동반했을 때 교육적인 콘텐츠만 시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톤은 "6세 미만의 아동은 성장하기 위해 어떠한 화면도 필요 없다"며 "사실 화면은 해당 시기의 어린이들이 제대로 성장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보고서 저자들은 부모들 역시 자녀들을 지키기 위해 IT 기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산부인과 병동에서 아기가 부모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휴대폰이나 TV의 사용을 최대한 제한하고, 어린이집 등에서도 컴퓨터나 TV를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동시에 특정 장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초등학교에서 아동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저자들은 아이들에게서 IT 기기를 격리하는 것이 무조건 부모의 책임은 아니라며 정부와 사회가 나서 이를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부모들이 퇴근 이후 전자제품을 켜지 않도록 기업들의 협조가 필요하며 공공장소에서 화면 사용 제한, 식당 및 카페에서 화면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언급했다.

베냐미나는 화면이 "아동의 시력과 신진대사, 지능, 집중력, 인지 과정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화면에 대한 중독은 콘텐츠에 대한 중독이라며 "콘텐츠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에는 일종의 중독성 역학이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가 이번 보고서의 권고를 따를지는 알 수 없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월 아동의 영상 시청과 스마트폰 사용에 "금지나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통신·미디어 규제기관인 오프콤은 지난달 19일 발표에서 영국의 5∼7세 어린이 24%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76%가 태블릿PC를 사용한다고 알렸다. SNS를 하는 5∼7세 비율은 38%였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은 관계자를 인용해 영국 정부가 16세 미만에 대한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18세 미만 청소년이 통신사와 계약 체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판매 금지 조치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들이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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