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매워서 못 판다'던 불닭면, 이제는 전세계 食트렌드 주도 [K-라면, 세계 정복에 나서다]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1 18:39

수정 2024.05.01 18:39

(4) 대반전의 신화 쓴 삼양식품
삼양 해외매출 80%가 불닭라인
SNS챌린지·모디슈머 열풍 지속
볶음면 이은 다양한 연계소스 인기
동남아 공략위해 할랄인증 획득
'매워서 못 판다'던 불닭면, 이제는 전세계 食트렌드 주도 [K-라면, 세계 정복에 나서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전종윤 삼양식품 회장은 1963년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 받아 우리나라 최초로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쌀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혼·분식 장려 운동과 함께 한 끼를 해결해주며 경제 발전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농심, 오뚜기 등의 추격으로 삼양식품은 점유율을 잃어갔다. 반전은 2012년 4월 불닭볶음면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초기에는 삼양식품 내부에서도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이 나왔다.
하지만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성장으로 폭발적인 성장 흐름을 타면서 불닭브랜드는 삼양식품을 전과는 전혀 다른 회사로 바꿔놨다. 지난해 기준 불닭브랜드의 해외 매출은 80%를 넘어서며 명실상부 글로벌 식품 회사로 거듭났다.

■김정수 부회장의 뚝심

한 유명 떡볶이 광고 카피에 '며느리도 몰라'가 있다면 불닭볶음면의 성공에는 '뭘 좀 아는' 며느리가 있었다. 김정수 부회장은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이자 오너가 2세 전인장 전 회장의 배우자다. 결혼 후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엄마였으나 삼양식품이 IMF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했다. 이후 섬세한 미각과 디자인, 마케팅 능력을 발휘하며 적응했고, 불닭볶음면 출시를 주도했다. 김 부회장은 2011년 명동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스트레스 풀린다"며 매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이후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탐방하고 세계의 고추를 연구해 1년 만에 불닭볶음면을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개발기간 1년 동안 매운소스 2t(톤), 닭 1200마리가 사용됐다.

출시 초기 불닭볶음면의 국내 매출은 월 7~8억원 정도였다. 이후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3달 만에 배로 증가,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불닭브랜드의 해외 매출은 6800억원으로 국내 매출(1600억원) 4배가 넘는다.

'모디슈머(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정해 먹는 소비자)' 열풍도 불닭볶음면의 초기 성장에 기여했다. 매운맛을 중화하기 위해 불닭볶음면에 스트링 치즈, 참치, 계란을 섞어 먹는 레시피가 유행했다. 한 방송에도 소개된 '콘치즈 불닭볶음면'은 현재도 불닭복음면을 가장 맛있게 먹는 법으로 자주 거론된다.

■영국남자 생큐, 챌린지도 생큐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이 불닭브랜드에서 발생할 정도로, 불닭은 삼양식품 수출의 일등공신이다. 불닭브랜드는 현재 10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폭발적인 성장 배경에는 '영국 남자' 채널의 바이럴 마케팅이 큰 전환점이 됐다. '불닭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전세계의 유명인은 물론 K-푸드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것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브랜드의 성공 비결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로 수출 초기부터 KMF 할랄 인증을 획득해 세계 무슬림 인구 60% 이상이 살고 있는 동남아 지역을 집중 공략했다. 둘째로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을 잇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 개발이다. 미주 지역에서는 핫소스 '하바네로'를 접목한 제품을, 일본에서는 '야끼소바' 제품을 선보이는 등 지역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셋째로 해외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 강화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2019년 일본을 시작으로 2021년 미국과 중국, 2023년 4월에는 인도네시아에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하며 현지의 물류, 유통, 마케팅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삼양식품의 수출 지역은 중국 30%, 동남아 25%, 미주 20% 순으로 높다.
이어 유럽(15%), 중동(5%), 기타(5%) 국가 순으로 수출되고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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