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속도내는 명품백 의혹 등 수사, 왜 더 일찍 못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5 18:59

수정 2024.05.05 19:06

검찰총장 신속 수사 지시로 움직여
특검 막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월 27일 오후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지검을 방문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월 27일 오후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지검을 방문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과 공수처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 부부를 고발한 '서울의소리' 측을 오는 9일 불러 조사하기로 했고,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채 상병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명품백 수사는 이 사건을 신속히 수사하라는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검찰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더불어민주당은 "고발장이 접수되고 5개월 동안 조금도 움직이지 않던 검찰이 별안간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니 조금도 신뢰가 가질 않는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검찰의 이 같은 행보는 누구에게나 야당의 특검 추진을 막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대통령 부부가 이 사건에 관련돼 있기 때문에 그동안 수사를 미뤄왔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야당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에서도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마냥 미루다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면 더 큰 문제다. 이제 와서 신속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도 늦었고, 검찰이 어떤 수사 결론을 낼지 궁금하지만 결과에 대한 신뢰를 얻기도 어렵게 됐다. 이렇게 될 바에야 처음부터 수사를 서두르는 것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채 상병 사건은 공수처 처장 공백 등의 문제로 수사가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수사가 더뎌져 관련 인물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사퇴 등의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 수사 지연 또한 공수처 조직 문제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수장이 없더라도 의지만 있으면 대행체제를 통해 얼마든지 수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검찰과 공수처의 눈치 보기가 야당의 특검 명분을 만들어줬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마지못해 야당 공세에 떠밀려 수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검찰로서는 변명할 말이 없게 됐다.

민주당은 그사이 여당의 반대에도 채 상병 특검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해 놓고 있다. 이는 결국 검찰이 사건 처리를 놓고 뭉그적거리다 자초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정치검찰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딱 좋은 상황인 것이다.

검찰과 공수처는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관련 인물들을 신속하게 조사해 수사를 종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사건을 다 수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수사 지연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뻔한 사건은 검찰 스스로 적극적이고 신속한 수사로 의혹을 풀어주는 게 맞는다.


그것이 정치검찰에서 벗어나 검찰의 중립을 확립하는 길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검찰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다른 유사한 사건도 정치적 고려에 얽매이지 말고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처리하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