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며 꽁꽁 싸매왔던 겉옷들이 사라지고, 연휴로 인한 외부활동이 많아지며 소위 말하는 현자(현실자각) 타임이 오는 초여름 시즌이다. 어김없이 클리닉에는 다이어트를 상담하는 환자들이 몰려든다.
한 60% 이상의 확률쯤 되려나. 상담 중간 즈음에 듣게 되는 멘트가 있다.
"제가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
결론부터 말하면 틀린 말이다. 물은 열량 자체가 0cal 인지라, 순수하게 물을 마셔서 살이 찌는 일은 없다. 아 물론, 물을 '많이' 마신다면 당장은 마신 물의 양만큼 체중이 늘어날 수는 있겠다. 빈 병보다는 물을 채운 병이 무거운 것쯤은 누구나 알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살이 찐다'라는 것은 단순히 물을 마셔서 일시적으로 체중이 늘어난 개념은 아니다. 당장 늘어난 '체중'은 용변으로 배출되면 다시 줄어들기 마련이다. 체내에서 힘을 내주는 열량(칼로리)의 여분이 지방으로 바뀌는데, 이것이 늘어나는 것을 '살이 찐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물은 아니지만, 조금만 먹어도 살이 잘 찌는 체질은 분명 존재한다. 체내에 약간의 열량이 들어오기만 해도 금세 지방으로 잘 변하는 상태를 말한다. 통상 섭취된 음식물은 당분으로 바뀌어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데, 남는 것들이 지방으로 바뀌며 저장된다.
몇 년 전이었던가, 장 내에서 '살이 잘 찌게 하는' 기능을 가진 '뚱보균'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퍼미큐티스(firmicutes)라는 이름의 이 균은 체내에 흡수된 당분발효를 촉진시켜 지방을 생성하는데, 이런 기능으로 인해 뚱보균이라 불린다.
문제는 이 균이 왜 많아지느냐는 것인데, 원리는 간단하다. 과도한 양의 음식물을 섭취하면, 이를 분해하기 위한 균이 늘어날 것이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보면 적당한 당분이 들어가도 다량의 분해균(뚱보균)이 빠르게 지방을 만들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방이 잘 끼는 몸, 살이 잘 찌는 몸이 되는 것이다.
가장 쉬운 일은 체내에 열량이 남아돌만큼의 섭취습관을 줄이는 것이다. 많이 먹는만큼 지방으로 바뀌는 건 당연한데, 문제는 이것이 반복되다보면 남는 당분을 지방으로 바꾸려는 균들이 늘어나게 된다. 1년에 한번 호텔뷔페에 가면 '뽕을 뽑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매번 그러지 말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 몸의 상태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을 정도의 독자들이면 최소 10년 이상의 삶을 살아왔을 것이 분명하기에, '과거와의 대화'도 중요할 것이다.
특히나 열량을 사용하고 저장하는 장(腸)에 대한 체크가 필요하다. 유기산, 마이크로바이옴, 음식물알러지 등의 검사를 통해 장 상태를 파악하고 유해균 상황, 손상된 환경 등에 대한 처방도 필요하다.
물만 마셔도 살은 안 찐다. 다만,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찔 수 있다. 클리닉 환자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봄날과 함께 다이어트를 결심한 모든 분들께도 드려본다.
/ 이해인 원스클리닉 압구정 프리미엄센터 대표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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