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하필 그 이름을...” 10년 만에 부활 '우리투자증권' 검토에 업계 쓴웃음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7 13:44

수정 2024.05.07 13:44

우리종금 포스증권 합병 새사명 우리투자증권 유력 “상도의 어긋나” 비난여론↑
10년전 우리투자증권 NH농협지주로 매각 현재 NH투자證...고객혼란 불가피 지적 
우리금융지주 본사 전경 일부. (출처: 뉴시스)
우리금융지주 본사 전경 일부. (출처: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우리금융지주가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하면서 선택한 사명인 '우리투자증권'에 대해 증권업계 일각에서 상도의에 어긋난 행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년전인 2014년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을 당시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 합병을 통해 자기자본 1조원대의 증권사를 출범시킨다고 이달 초 공식 발표했다.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선 무려 10년 만의 증권업 재진출인 셈이다.

실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인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추진안을 의결했다.

양 사는 금융당국의 합병인가 등 절차를 통해 이르면 올 3분기 안에 합병증권사를 출범하고 영업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10년만에 증권업계에 컴백하는 우리금융의 새 사명으로 현재 1순위로 검토중인 이름은 다름 아닌 '우리투자증권'이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산하였던 우리투자증권 이름을 되찾아 증권업계에 재진출 하려는 속내로 읽힌다.

이번 증권업 진출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증권업 재진출이라는 꿈을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욱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과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며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를 주도했다. 지난해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임 회장 입장에서는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과거 우리투자증권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도 “합병증권사의 사명으로 우리투자증권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그만큼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우리투자증권의 인지도와 상징성이 컸다는 점을 방증한다.

다만 2014년 우리금융지주에서 NH농협금융지주로 새주인이 바뀐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 입장에선 씁쓸한 반응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아직도 인터넷에 우리투자증권 치면 NH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데다 정작 우리금융이 NH투자증권측과 사명에 대한 논의나 사전 양해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과거에 HMC증권이 현대증권으로 사명 변경하려다가 역풍 맞고 현대차증권으로 바꾼 전력이 있음을 감안할 때, 이번 우리금융지주의 사명 이슈는 상도의에 어긋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2008년 신흥증권 인수 뒤 현대차IB증권이라는 사명을 사용했으나 당시 현대증권이 상표권금지가처분신청을 내면서 두 달여 만에 사명을 HMC투자증권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후 2017년이 돼서야 현재의 현대차증권의 사명을 품에 안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미 다른 금융지주로 매각한 증권사의 옛 사명을 다시 사용하는건 여러모로 모양에 맞지 않다”라며 “우리포스증권 등 다른 사명 대안이 있을텐데 굳이 임종룡 회장이 NH농협지주 회장일 때 인수를 주도했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매각한 우리투자증권을 1순위 사명으로 검토하는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NH투자증권 노조도 이번 우리금융지주의 우리투자증권 사명 변경에 대해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노조 고위 관계자는 “현재도 NH투자증권에 과거 우리투자증권 당시부터 거래 해온 고객이 상당수인데, 우리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이란 이름을 확정하는 순간 고객들의 불편과 애로 등이 불 보듯 뻔하다”라며 “금융사의 사명은 투자철학과도 일치하기 때문에 사실상 또다른 우리투자증권의 부활은 고객 기만행위로도 이어질수 있다”라고 말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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