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비싼 꽃만 뿌리째..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절도 잇따라 속앓이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8 15:21

수정 2024.05.08 15:21

튤립, 에린기움 등 꽃봉오리 올라온 화초 노려
사진 찍는다며 울타리 넘어가 훼손하기도
현재까지 100여 송이 피해 입어
십리대숲 죽순도 15점이나 잘려나가
울산시, 취약 시간대 순찰조 배치키로
태화강 국가정원 관리원들이 자연주의 정원 내 튤립 도난 사건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울산시 제공
태화강 국가정원 관리원들이 자연주의 정원 내 튤립 도난 사건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울산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완연한 봄이 되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고가의 화초가 도난을 당하는 등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이 온갖 식물 훼손 행위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8일 울산시에 따르면 세계적인 정원 작가 피트 아우돌프가 디자인한 '자연주의 정원'에서는 지난 4월 말부터 거의 매일 튤립 수십여 점의 꽃이 꺾어진 상태로 발견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는 튤립 100여 송이에 이른다.

이곳에는 15종의 다양한 튤립이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개화 시기에 맞춰 인적이 드문 새벽에 몰래 꽃을 꺾어 가져가고 낮에는 사진 촬영을 위해 방문객들이 울타리 넘으면서 훼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피트 아우돌프가 디자인한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내 '자연주의정원'. 파이낸셜뉴스 사진DB
피트 아우돌프가 디자인한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내 '자연주의정원'. 파이낸셜뉴스 사진DB

특히 지난 1일에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에린기움(Eryngium) 6점이 뿌리째 없어진 것이 확인돼 비상이 걸렸다.

도난 당한 에린기움은 네덜란드에서 들여 온 품종으로, 국가정원이 지난 1년간 애지중지하며 키워냈다. 현재 꽃봉오리가 맺힌 상태로 오는 17일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대축제 때 만개가 예상되고 있는 꽃이다.

태화강 국가정원 관계자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정원에 심어 꽃을 피우기까지는 1년 넘게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까다로운 꽃이다"라며 "이번 절도는 꽃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긴급 대응책으로 취약 시간대 순찰조를 배치키로 했다.

이 밖에 자연주의 정원 옆 십리대숲 맹종죽 군락지에서는 올해도 죽순 15점이 잘려나갔다.
해마다 절도가 끊이지 않자 울산시가 방범용 감시카메라(CCTV)를 확충하고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한계에 달한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태화강 국가정원은 울산시민 모두를 위한 정원으로 몇몇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국가정원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이 우려된다"라며 시민들이 함께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국가정원에서 불법으로 식물을 채취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강력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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