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K-라면, 세계 정복에 나서다] 비빔면으로 새로운 장르 개척한 '팔도'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8 15:05

수정 2024.05.08 17:13

[파이낸셜뉴스]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수많은 이들의 머리에 각인되어 있는 이 CM송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팔도 비빔면'이다. 1984년 출시돼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팔도비빔면은 출시 초기부터 뜨거운 '고정관념'을 깬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뜨거운 국물 라면 시장에 차가운 비빔라면으로 틈새 개척
1984년 출시 당시 팔도비빔면 /사진=팔도
1984년 출시 당시 팔도비빔면 /사진=팔도
'팔도비빔면'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라면을 찬물에 행군 뒤 소스에 비벼먹는다는 개념은 생소했던 때였다. 소비자 대부분은 '팔도 비빔면'을 일반 라면처럼 끓여먹는 경우가 많았다. 최초 제품 개발은 비빔국수에서 착안했다. 팔도비빔면 개발 당시 직원들은 전국 유명 맛집의 비빔냉면과 비빔국수 등을 연구해 매콤, 새콤, 달콤한 황금비율 소스를 구현했다.
출시 당시에는 계절면 제품으로 여름에만 한정적으로 판매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는 사계절 내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팔도는 차갑게 즐기는 조리법을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양손으로 비벼도 되잖아" 라는 CM송도 제작했다.

팔도비빔면 초창기 광고 /사진=hy
팔도비빔면 초창기 광고 /사진=hy
'팔도비빔면'의 성공 원인은 원재료를 그대로 갈아 만든 액상스프 기술력과 최고의 원료 사용이다. 액상스프의 경우 당시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한 발효와 미생물공학 기술이 큰 도움이 됐다. 액상스프는 원재료의 수분제거가 필요한 분말스프와 달리 엑기스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제조한다. 그만큼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릴 수 있으나, 제조 공정상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목소리 귀기울여 다양한 변주.. 폭발적 인기
괄도네넴띤 /사진=hy
괄도네넴띤 /사진=hy
팔도는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매년 맛 개선도 실시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포함한 폭넓은 연령층에서 사랑받는 인기 비결이다. 2017년 부터 감칠맛과 매운맛을 높이기 위해 순창고추장을 적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통참깨 참기름을 사용하고 있다. 매년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다양한 한정판 제품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2019년 선보인 '괄도네넴띤'이 있다. '괄도네넴띤'은 브랜드 출시 35주년을 맞아 젊은 세대와 보다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기획된 제품이다. 당시 인터넷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던 트렌드는 '야민정음'이었다. '멍멍이'를 '댕댕이', '명작'을 '띵작' 등으로 표현하는 이 방식은 '팔도비빔면'조차 '괄도네넴띤'으로 만들어 냈다. 팔도는 이에 착안해 제품명으로 이를 적용했고 포장지에 '뉴트로(newtro)' 스타일을 적용했다. 젊은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언어가 국민 브랜드의 제품명이 되었다는 것에 열광했다. 그 결과 '괄도네넴띤'은 출시 2개월 만에 1000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팔도비빔면 봄에디션 /사진=팔도
팔도비빔면 봄에디션 /사진=팔도
계절에 맞춘 한정판도 눈여겨볼만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겨울철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2018년부터 어묵 국물 스프를 담은'윈터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올 봄에는 대표과일 딸기를 활용한 봄 한정판을 선보이기도 했다. 팔도 공식 SNS에서 화제였던 만우절 '딸기비빔면'에서 착안했다.

■팔도 비빔면, 전통과 트렌디 동시에 잡으며 시장 지위 강화
팔도마라왕비빔면 /사진=팔도
팔도마라왕비빔면 /사진=팔도
이처럼 국내 비빔면 시장을 선도하는 팔도는 이색적인 시도와 끊임없는 소통으로 경쟁 업체의 도전에도 40년간 시장 내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최근 몇년간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었던 '마라'를 내세운 '팔도마라왕비빔면'을 출시했다. 신제품 콘셉트는 'Cool(쿨)한 마라맛'이다. 이를 위해 팔도 연구진은 차가운 면과 잘 어울리는 한국식 마라 분말스프를 개발했다. 산초와 베트남 하늘초를 배합해 평소 향신료에 익숙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팔도는 국물라면, 볶음면 등 다양한 형태로 마라왕 브랜드를 확장하고 마라라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밝혔다.

팔도비빔면 TV광고 갈무리. 팔도 제공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팔도비빔면 TV광고 갈무리. 팔도 제공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출시 40주년을 맞은 팔도비빔면은 올해 브랜드의 변주와 함께 오리지널리티 강화에도 나선다.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여러 연령층이 가지고 있는 경험, 맛, 이미지 등을 브랜드 중심으로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히 굳혀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 '40년 비빔면의 근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새로운 영상 광고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광고에는 영화 '범죄도시 3'에서 초롱이 역할로 씬스틸러가 된 배우 고규필과 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서 국민 시어머니로 자리매김한 서권순이 출연했다. 아침드라마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김치싸대기'를 패러디한 이 영상에서 고규필이 큰 소리로 "근본이 뭐냐"고 외치자 서권순이 비빔면 면발로 고규필의 양쪽 뺨을 스치며 "오른손, 왼손"이라고 답한다.


팔도 홍보 담당자는 "새로운 광고는 치열해져가는 계절면 시장에서 원조 비빔라면인 팔도비빔면의 자신감을 유쾌하게 그려냈다"며 "전통을 유지하면서 현대의 트렌디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팔도비빔면의 행보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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