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어려웠던 문화기획자로서 홀로서기… 후배들 위한 생존법 담아 [내책 톺아보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9 18:17

수정 2024.05.09 18:17

문화기획자 유경숙이 소개하는 문화기획이라는 일
문화기획이라는 일/ 유경숙 / 큐리어스
문화기획이라는 일/ 유경숙 / 큐리어스
나는 '난타' 제작사 PMC프러덕션에서 공연마케터로 조직 생활을 하다가 세계여행을 계기로 독립한 지는 이제 17년 차다. 장기 여행으로 재정이 바닥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늘 샘솟는 천재 기획자도 아니기에 성과가 밋밋하거나 수익이 불안정한 시기에 접어들면 '다시 회사로 들어가야 하나?' '내가 왜 이리 험난한 길을 선택했지?' 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그렇게 고민과 불안의 시간을 견디고 나니 어느새 나만의 일과 자유가 찾아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할 수 있게 되었고,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이렇게 문화기획자로의 여정이 시작됐다.

세계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않았다.
'난타'라는 근사한 조직의 옷을 벗고 세상으로 뛰어든 시작이었다. 홀로 선 세상은 녹록하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노력한 만큼 세상이 빨리 나와 나의 일을 알아봐 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내가 남들보다 특별히 월등한 것도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던 사람들이 이런저런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 '내가 너무 순진한 건가? 이런 방법으로 혼자 발버둥치는 게 잘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수시로 했다. 경제적인 문제와 불안도 당연히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난관이었다.

문화기획자를 희망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원하는 목표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고, 긴 호흡이 필요하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라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차근차근 밟아 간 시간을 버팀목 삼아 여기까지 왔다. 매일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고를 수 있는 호시절이 도래했다.

'문화기획이라는 일'은 문화기획의 가능성과 전망, 현실적인 생존법을 담았다. 많은 문화기획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얼마나 열정적이고 참신하게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미투(Me too) 운동을 계기로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문화계 곳곳에 남아 있는 성차별 문제의 실정이 어떤지, ?빽도 없고 라인도 없는 문화기획자가 실력으로만 승부를 걸어도 문화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안정적인 수익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실패하며 고군분투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주목했다.

이 책으로 문화기획자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요즘 청년들에게 관심을 모으는 '문화기획자'라는 일에 대해 한 번쯤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의 장점과 그 이면의 힘겨운 과정까지 솔직하게 정리해 보는 것이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문화기획이라는 일'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문화기획자의 생존법'이다. 그 여정을 이 책에 담았고, 앞으로 나와 같은 문화기획자가 되어 자립하기를 꿈꾸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문화기획이라는 일'이 예비 문화기획자에게 도전과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라고, 도전의 출발 좌표를 찍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에 나와 비슷한 사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배우는 것보다 더 좋은 공부가 없을 것이다. 시간을 쌓으면 안 될 일이 없다.
나 역시 앞으로 다른 문화기획자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기를 기대한다.

유경숙 문화기획자·세계축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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