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주도주가 사라진 국내 증시..."지수 올라도 돈 못 벌어"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2 10:48

수정 2024.05.12 10:48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오를 건 오른 것 같은데 다음에 투자할 곳이 안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털어놓는 볼멘소리다. 코스피지수가 2700선을 넘어섰지만 그 이상을 견인할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많이 오른 코스피..."다음 타자 물색중"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2주간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11조1391억원)와 SK하이닉스(4조3119억원)다. 두 종목 모두 8만원선, 18만원선을 돌파하지 못한 채 횡보하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면 거래대금 3~5위에는 중소형주가 포진했다.
거래대금 3위 대원전선(2조5452억원)의 시가총액은 이달 10일 기준 3434억원이다. 구리 가격 급등과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전선주 테마를 등에 업고 2주 만에 주가가 60.70% 급등했다.

거래대금 4위 와이씨(1조9084억원)의 시총은 1조2553억원이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검사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주목을 받았다. 뒤를 잇는 폴라리스AI(거래대금 1조8461억원)의 시총은 2702억원으로, 그룹사 폴로리스쉐어테크가 엔비디아 지원을 받는다는 소식에 변동성이 커졌다.

상위권에 있어야 할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들은 거래량이 축소되거나 주가가 횡보하는 모습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2주동안 1조원대의 거래대금을 보였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금융주 중에서는 KB금융이 유일하게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강세다.

전문가들은 "오를 만큼 오른 국내 증시가 순환매를 탐색하는 중"이라고 분석한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코스피지수 상단을 2800으로 보고 있는데 지난 3월부터 2700 중반까지 올라왔다"며 "올해는 반도체주와 밸류업 수혜주가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렸는데 그 다음으로 끌고 갈 종목을 시장에서 탐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신승진 수석연구위원은 "대형주가 횡보하며 업종 순환매가 계속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반도체 2사의 시총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IT 반도체의 주가 흐름은 시장과 높은 연관성을 갖는다"고 부연했다.

증시 상승 기대감에 대기자금도 올랐지만 현재는 주춤한 모양새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일컬어지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11월 48조원대에서 이달 2일 58조7908억원대로 늘어났다. 그러나 기존 주도주들이 횡보하면서 8~9일에는 54조~55조원대로 내려 앉았다.

■"2800 돌파 가능" vs "모멘텀 있어야"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용택 수석연구위원은 "지금부터는 기업실적이나 금리인하 등 결정적인 모멘텀이 있어야 코스피지수가 2800을 돌파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2300~2800선을 횡보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신한투자증권 박석중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높이는 제어됐지만 경기, 물가,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혼선이 존재한다"며 "미국이 대선 정국 접어들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고, 미국·중국 간의 분쟁도 재확산 우려가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2750선을 넘어 28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의 가파른 상승세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10.5배에 해당하는 2817까지 레벨업됐고, 선행 주가순자산비율(BPS)도 상승세를 보이며 2850선대로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심승진 수석연구위원은 "깜짝 실적을 발표한 중소형주들이 장기간의 다운 사이클을 끝내고 주가 급등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시장 상승 구간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최근 반도체주가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장기 소외된 섹터가 많아져 업종 순환매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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