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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라인 사태, 국익 최우선이나 기업결정권 존중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4 18:06

수정 2024.05.14 18:06

대통령실 "단호히 강력 대응" 밝혀
네이버 뜻 중요, 반일 프레임 금물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의 모습. /사진=뉴스1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의 모습. /사진=뉴스1
라인 사태가 확산 일로에 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쓰는 네이버의 메신저 앱인 라인 지분을 매각하라고 일본 정부가 압박한 데서 촉발된 라인 사태는 민간기업들의 경영권 분쟁 차원에서 벗어났다. 일본 정부가 민간기업의 지분 문제와 경영권에 개입해 국가 간 분쟁으로 비화된 것이다.

일본 라인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 보안사고가 신고된 것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내세우며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박했다.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개입이 있다. 대통령실은 뒤늦게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라인 사태가 양국 간 외교 문제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국내 정치권과 정부, 네이버의 대응은 한마디로 동상이몽이다. 야당은 라인 사태를 반일 프레임으로 몰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현 정부의 우호적인 대일외교 기조를 비판하면서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정치쟁점화는 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꼬이게 만든다.

일본 정부와 네이버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대통령실의 대처가 늦은 것도 야당이 대일 굴종외교라고 비난하는 빌미를 주었다.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대응과 내부분열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네이버 측이 이에 대한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 데 있다. 네이버는 일본 라인 지분의 매각과 매각 거부라는 양단간의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 네이버도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지분을 매각하면 8조원이 넘는 자금이 확보되는데,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 등 재원이 필요한 네이버로서는 매각의사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네이버의 생각이 어떻든 정치권과 여론의 지나친 개입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방해가 될 것이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라인 사태는 두 가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먼저 국익 우선주의다. 일본 정부가 우리 기업 경영권을 침해한다면 우리 정부도 당연히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본 라인이 네이버의 캐시카우(수익사업)로서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 지분을 포기하는 것은 기업과 국가의 이익에 반할 수 있다.

그러나 경영의 의사결정권은 최종적으로 기업에 있다. 우리 정부나 정치권도 여기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이익이 곧 국가의 이익이기는 하지만, 기업이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있다면 정부나 여론의 입김으로 막을 명분은 없다고 본다. 그것이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근본원리다. 국가 이익을 위해 기업 경영에 관여하고 뭔가 요구하는 것은 전근대적 국가주의다. 물론 기업과 국가의 이익이 일치된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다. 기업의 결정이 반드시 손해를 초래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라인 사태를 원만하게 풀려면 감정적 접근을 자제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결국 사건의 주체인 네이버의 의사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지켜보면서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네이버는 현재 지분매각을 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분 가치가 높은 물건을 좋은 조건에 팔아 확보한 재원으로 미래 사업에 투자하려는 계획이 있다면 공정한 협상이 되도록 정부가 힘이 돼야 할 것이다.
만약 우리 기업을 차별하고 국제 통상규범을 위배하려는 저의가 확인된다면 그때는 또다시 단호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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