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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中 관세 전쟁, 분야별 이해득실 잘 따져 대처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5 20:03

수정 2024.05.15 20:03

美, 中전기차·배터리 등 고율 관세
우리엔 '양날의 칼' 면밀 대책 필요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미중 '관세 전쟁'이 확전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철강·배터리·태양전지·철강·의료용품 등 주요 품목에 25~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무역법 301조를 앞세워 전기차·에너지 등 산업 공급망 전반에 대중국 무역장벽을 크게 높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레거시(범용)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렸다. 저가를 무기로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도 25%에서 100%로 올린다.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배터리(7.5%→25%), 배터리 부품(7.5%→25%), 흑연 등 핵심광물(0%→25%) 관세도 크게 높였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도 25%로 인상한다.

백악관은 "미국 기업과 근로자를 위협하고 공급망과 경제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며 중국의 저가공세와 불공정행위를 비판했다. 이에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위반이라며 "자국 문제에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최근 '중국판 슈퍼 301조' 격인 새 관세법을 근거로 미국과 동일한 고율관세 보복에 나설 태세다.

미중은 첨단산업 패권을 놓고 수년째 '전쟁' 중이다. 올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의 대중 압박은 정교하면서 날카롭게 바뀌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타깃을 전략산업 분야로 넓히고, 관세를 몇 배씩 높이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커넥티드차량(스마트카) 등 첨단기술에 대한 차단도 강화해 중국의 첨단산업 팽창을 무력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그 대신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밸류체인을 자국에 내재화하는 전략에 속도를 내며, 중국 의존도를 낮춰 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중국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 미 동맹국의 대중 첨단반도체 장비 수출금지 등의 조치가 중국의 기술개발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역설적으로 기술자립과 시장다각화라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미중이 각자의 동맹국을 중심으로 경제블록화에 나서면서 수십년 이어온 자유무역체제 또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미중을 최대의 무역 파트너로 삼고 있는 우리도 이해득실을 따져 대처할 필요가 있다. 셈법도 간단치 않다. 양날의 칼처럼 우리 기업에는 호재와 악재가 공존한다. 중국산 전기차 수출이 줄면 한국 자동차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산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전기차 제조원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중 수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도 위축이 불가피하다. 철강업계는 수익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일본산 철강재와 함께 과잉생산된 저가의 중국산 철강재가 고율관세를 피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의 정확한 예측과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통상외교 당국은 미중의 후속 조치, 파장 등을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세우고, 미국 통상당국과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미중 정·관계와 폭넓은 민관 아웃리치 활동을 토대로 미국 대선 이후 상황 변화에 여러 대응 시나리오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의 기술 초격차 확보, 고부가가치 시장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업들의 첨단기술 개발과 적기 투자에 필요한 관련 법 개정, 규제 해소로 정부가 뒷받침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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