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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 톺아보기] 번역가 김성동이 소개하는 中제왕학 명저 '군서치요'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6 11:15

수정 2024.05.16 15:01

군서치요 / 샤오상젠 / 아템포
군서치요 / 샤오상젠 / 아템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급속한 경제발전의 이면에 거대한 잠재적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오늘날의 중국은 민족 문제가 새로이 부각되고 계층 간의 갈등이 첨예화하는 가운데 사회 지도층은 광범하게 부패해 있고 일반 민중은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온갖 부조리로 인한 폐단들이 누적되면서 사회의 불안은 점점 더 가중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군서치요(群書治要)'는 중국의 고전 연구자 샤오샹젠이 풀어엮은 '군서치요심득(群書治要心得)'을 번역한 것으로, 작금의 중국 상황과 맞물려 그 특별한 존재 의의를 더욱 빛낸다. 근래 들어 중국 지도자들의 관심 속에 새롭게 조명되고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우리에게도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책이 바로 '군서치요' 원전이다.

이 책은 태평성대를 갈망했던 당태종 이세민의 염원에 대해 위징을 비롯한 현신들이 응답함으로써 세상에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당태종이 ‘정관의 치’라는 번영을 구가하는 데 일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수많은 경전에 실려 있는 내용의 정수를 모아놓은 '군서치요' 원전은 공교롭게도 중국 대륙에서 오랜 기간 사라졌다가 이웃 일본에 전해진 책이 발견돼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거친 뒤, 최근 중국의 정계 및 재계와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아마도 중국의 지도자들은 대내적인 모순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한 해법으로 근대 이후 외면하고 있던 중국 옛 성현들의 발자취에서 새롭게 그 가치를 발굴하고자 애쓰고 있는 듯하다. 대외적으로는 ‘공자’로 대표되는 중국 옛 성현들의 유산을 자신들의 소프트파워로 삼아 세계에 내세우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전세계에 ‘공자학원’을 400곳 이상 설립해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군서치요'를 비롯한 중국 경전이 주목을 받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의 중국은 옛 성현들이 밝히고 몸소 실천한 지도자의 덕목을 갖춘 이들을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구한다. 현재 중국은 바로 그러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 중이다.

우리 역시 그러하다. 온갖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각종 구조적 비리가 횡행하여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분노케 한다. 정치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기업을 포함한 사회 각 부문에서 건강하고 바람직한 리더십을 새롭게 구축하고 확대해나가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일찍이 유명한 '악양루기(岳陽樓記)'에서 ‘천하의 모든 사람이 근심하기 전에 스스로 근심하고, 천하의 모든 사람이 즐겁고 난 뒤에야 자신도 즐거워한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고 역설한 북송의 개혁적이고 실천적인 정치가인 범중엄(范仲淹)의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많은 이의 글과 말을 통해 지도자라면 반드시 지녀야 할 마음가짐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소중한 주옥 같은 글들이 '군서치요'에 가득하다. 참으로 중국 고전의 보고라고 불러 마땅할 듯하다.

그런 까닭에 중국 옛 성현들의 학습과 실천을 공부하여 그 속에 담긴 합리적 핵심을 오늘날의 중국 사회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눈여겨볼 만하며, ‘배우고 제때에 실천할 것’을 강조한 공자의 가르침이 중국 사회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싶다.

이 책은 '군서치요' 원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정리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일반인이 방대한 내용의 원전을 읽고 공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편역자 샤오샹젠은 원전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분류하고 알기 쉽게 풀이해 '군서치요'를 알고 싶지만 선뜻 달려들지 못했던 이들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책을 옮기면서 순간순간 무릎을 치게 하는 대목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번역의 고단함을 덜어주었다.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보석 같은 글귀들을 길어올리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바란다.
또한 이 책이 우리 현실에서 참된 리더십을 발견하고 실천해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성동 번역가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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