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헬스 레저

"카자흐스탄 경찰에게 '노련하게(?)' 삥 뜯겼다"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⑭]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4 08:44

수정 2024.05.24 08:44

⑭ 카자흐스탄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첫 국경을 넘었다.

5시간이 넘게 걸려서 진땀을 빼고 국경을 넘자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서 새로운 나라에 도착한 것이 기쁘기보다는 그저 어디가서 쉬고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일단 국경에서 가까운 도시인 파블로다르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작은 마을길을 지나는데 경찰차가 길가에 서있다. 예감이 좋지 않다. 역시나 싸이렌을 울리며 바로 따라왔다.

"저희가 러시아말을 몰라요" 하며 일단 한국여권을 꺼내보여주었다. 손짓으로 창문을 올려보라고 한다.

한국에서부터 불안불안하던 썬팅을 트집 잡는 것 같다. 앞유리에는 없었지만 옆 유리에 썬팅필름이 있었다. 한국에서 출발 전부터 뜯어내자고 했었는데 탄이 괜찮을 거라 해서 그냥 두었었다. 러시아에서는 여태껏 별탈없이 왔는데 결국 문제가 되었다.

나는 진작부터 떼고 싶던거 바로 칼을 들고 떼기에 열중했다.

많은 나라에서 윈도우틴팅(썬팅)은 허락되지 않는다. 사진=김태원(tan)
많은 나라에서 윈도우틴팅(썬팅)은 허락되지 않는다. 사진=김태원(tan)

많은 나라에서 윈도우틴팅(썬팅)은 허락되지 않는다

탄이 경찰과 이야기하고 오더니 "돈을 달라는것 같아"라고 한다. 수중에 있던 돈이라곤 러시아돈 1250루블(약 1만8000원)정도가 전부다.

부패경찰한테 다 뜯기긴 아까와 250루블(3700원)만 쥐어줬다. 경찰에 갔다 온 탄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만루블(약 14만원)을 달라고 그러네"라고 한다.

"헐, 아주 한몫을 단단히 챙기시려고 드네?" 있어도 안줬겠지만 줄 돈도 없다. 예전에 멕시코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별 시덥지 않은 핑계로 차를 세운 후 경찰서에 가자는 둥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둥 겁을 주며 돈을 뜯으려는 경찰에게 그때는 순진해서 20만원정도의 거금을 뜯겼었다.

세월도 10년이 지났고, 우리도 산전수전 다 겪었다. 급한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우리는 차를 길가에 아예 옮겨놓고 나는 계속 필름떼기만 하고 탄이는 웃으며 계속 한국말로 "우리 돈 없어요, 가진게 그것밖에 없어요." 라고 같은 이야기만 되풀이 했다.

결국 경찰들은 우리가 계속 시간을 끌자 뭐라고 잔소리하며 250루블만 받고 그냥 가버렸다.

카자흐스탄에 오자마자 삥부터 뜯기다니 쩝. 큰 돈은 아니었지만 그 상황에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꿀꿀한 기분으로 파블로다르에 갔다.

파블로다르는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이곳에서 우리가 먼저 해야할 것은 돈 찾기 또는 환전, 그리고 유심칩 구입이었다.

러시아에서는 장사장님 덕에 너무 편하고 쉽게 했는데 새삼 그립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말로 "이거 사고 싶어요" 손짓 발짓..바디랭귀지는 만국 공통어다

어디서 어떻게 할지 조금 막막했지만 큰 길가를 지나다가 쇼핑몰 같은 곳을 발견하고 들어가 보았다. 처음엔 안쪽 광장으로 들어가니 뭔가 아울렛같은 작은 신발과 의류가게가 줄지어 있었는데 다시 나와 건물로 들어가니 오! 그곳에 전자제품매장이 있었다.

휴대폰을 팔면 혹시 통신사도 근처에 있을까 싶어 직원을 붙잡고 러시아에서 샀던 유심칩을 보이며 막무가내 한국말로 "이거 사고싶어요!"라고 했다. 바디랭귀지가 통했다. 자기 휴대폰을 꺼내 번역앱으로 "Next store"라는 글을 보여준다.

"우와, 여기 유심칩 파는 매장이 진짜 있나봐!" 기뻐하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달려나가는데 헐레벌떡 따라와 여기라고 매장밖까지 나와서 알려주시는 친절한 직원분.

그분이 아니었으면 못 찾았을 간판도 광고판도 없는 작은 가게에서, 또다시 그 가게 직원분의 번역앱으로 의사소통을 해서 무사히 유심칩을 살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은 5~7일 안에 지나갈 예정이라 제일 저렴한 7기가짜리 3690텡게(약 만원) 상품을 구입했다.

그리고 나오다가 ATM을 발견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마스터카드를 넣어 현금 인출을 시도했더니!!!

"다다다다다다" 돈나오는 소리가 이렇게 반갑고 기쁠줄이야!

참고로 러시아에서는 비자, 마스터 카드 사용이 불가능했었다.

유심구입을 위해 방문한 쇼핑센터. 사진=김태원(tan)
유심구입을 위해 방문한 쇼핑센터. 사진=김태원(tan)

한 곳에서 목적한 두 가지를 다 이루니 자신만만해졌다. 이제 이곳의 주유소에 익숙해질 차례다.

러시아에서 경유는 리터당 53~69정도 했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아예 단위가 세자리수로 바뀌어서 어리둥절하다. 카자흐스탄 기름값이 매우 싸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주유소 앞 가격표를 봐도 이게 싼건지 비싼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냥 먼저 눈에 띄는 주유소에 들어가서 찾은 돈 중 대충 제법 커보이는 지폐를 내고 돌아와 주유를 시도했다.

탄이 차에 주유호스를 꽂고 손잡이를 눌렀는데 주유기 숫자도 안바뀌고 들어가는 느낌도 없다며 이상하다고 다시 사무실에 갔다.

영어하는 사람을 어렵게 찾아서 같이 나와 주유기쪽으로 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 직원이 반대편 디스플레이를 보여주며 뭐라고 하는데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탄이 주유가 안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차시동을 켜자 희안하게도 조금은 주유가 되어 눈금이 올라가는 것이었다. 아마도 당시 우리가 카자흐스탄 돈에 대한 감각이 없어 너무 작은 금액을 내고는 주유가 금방 끝나 안들어갔다고 생각했던건지 아직도 이 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어쨌든 한바탕 작은 소동과 함께 첫번째 주유를 했다. 경찰사건에 이어 주유소도 속이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어서 다행이었다.

주유하는데 오해가 있었다. 다행히 문제해결. 사진=김태원(tan)
주유하는데 오해가 있었다. 다행히 문제해결. 사진=김태원(tan)

원래 오늘은 남쪽으로 가는데까지 가다가 그냥 길가에서 차박을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어제 국경마을까지 닿으려고 저녁 늦게까지 무리를 하고, 오늘 또 국경넘느라 신경쓰고, 짐들 내렸다 다시 싸고, 경찰을 만나 씨름하고, 돈찾고 주유하는 등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은 일이 많아 많이 힘들었다. 몸도 마음도 휴식이 필요했다.

즉흥적으로 구글에서(카자흐스탄부터는 구글이 된다) 가까운 마을의 숙소를 검색해보니 100km 거리에 있는 에키바스투즈에 저렴하고 괜찮아보이는 공유숙소가 있어 예약을 했다.

도착해보니 아파트인데 호수는 안나와있고 연락처는 있지만 전화해봤자 러시아말을 못하는데 이걸 어쩌나 싶었다. 딱 울란우데에서의 상황과 같았다.

숙소 위치를 모른다, 지나가는 어린 학생들을 무작정 붙잡았다

마침 지나가는 어린 학생들을 무작정 붙잡았다. 어차피 영어를 모를테니 핸드폰을 보여주며 그냥 막무가내 한국말로 "이 주소가 여기 맞아?" 하고 물어봤다. 다행히 소년들은 그냥 지나치지않고 열심히 들여다보더니 자기 핸드폰을 꺼내 찾아보고는 바로 앞 아파트가 맞다고 끄덕인다.

"그럼 여기로 전화 좀 해줘." 라며 뻔뻔스럽게 숙소주인 전화번호를 들이밀었다.

착한 학생들은 나의 바디랭귀지를 알아듣고 전화를 해주었다. 그와중에 내 폰 인터넷이 안되서 자기 폰 핫스팟으로 연결해주고 내 폰배터리가 나가자 전화도 본인폰으로 걸어줬다.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열한두살쯤 되보이는 소년은 집주인과 길게 통화를 나눈 후에 자기 핸드폰 번역앱으로 "주인이 5분내 올거다"라고 알려주는데 정말 와락 안아주고 싶을만큼 고맙고 감사했다.

차에 뛰어가 우리 유튜브명함이랑 코리아가 수놓아진 컵받침을 가져와 선물로 주었다.

숙소주인을 기다리며 소년들에게 우리 차도 구경시켜주고 번역앱으로 띄엄띄엄 여행이야기도 약간 나누었다.

큰 도움을 준 카자흐스탄 소년들. 사진=김태원(tan)
큰 도움을 준 카자흐스탄 소년들. 사진=김태원(tan)

곧 주인이 와서 우리는 소년들과 기분 좋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알고보니 주소가 잘못 적혀있던 모양이다. 주인의 차를 따라 한 5분간 더 가서 숙소에 도착했다.

11000텡게(약 3만원)의 저렴한 곳인데 침실에, 거실에, 주방에, 필요한 것이 다 있다. 주인 아주머니는 이곳저곳을 세심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가셨다.


"카자흐스탄엔 부패경찰만 있는게 아니야"

국경에서 애를 먹고 국경 지나자마자 만난 경찰에 마음 상해 카자흐스탄에 대한 인상이 확 안좋아졌었지만 오늘 만난 좋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다시 생각해보았다. 자기매장 고객도 아닌데 매장밖까지 따라나와 유십칩 살수있는 가게를 알려준 청년, 친절하게 유심칩 안내를 해준 직원분, 숙소찾는 것을 도와준 소년들 등...

'어디에나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어. 한 두 사람으로 그 나라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돼' 라고 생각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AtVccTsSlKc?si=GAx7uzS-hk7i40_z>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