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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유럽 은행들에 러 영업 중단 재촉..."미 제재 우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8 03:39

수정 2024.05.18 03:39

[파이낸셜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 국제은행(RBI)에 미국 규제당국이 압박을 시작하자 미국의 대대적인 제재를 우려해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은행들에 러시아 탈출 세부 계획을 제출할 것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RBI 지점 앞을 구급차가 지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유럽중앙은행(ECB)이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 국제은행(RBI)에 미국 규제당국이 압박을 시작하자 미국의 대대적인 제재를 우려해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은행들에 러시아 탈출 세부 계획을 제출할 것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RBI 지점 앞을 구급차가 지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모든 은행들에 러시아 영업을 하루빨리 중단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ECB가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은행들에 러시아 영업 중단 속도를 높일 것을 재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대대적인 제재에 나설 경우 유럽 은행 시스템이 심각한 손상을 입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ECB는 최근 수 주일에 걸쳐 유로존 은행들에 러시아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지 세부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은행들은 이르면 오는 6월 러시아 사업을 접어야 하며 ECB에 관련 '행동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미국이 직접 제재에 나서기 전에 ECB가 사전 단속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재 조짐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앞서 지난주 오스트리아의 라이파이젠 국제은행(RBI)이 미국의 압력으로 러시아 자산을 유럽 내 자산으로 교환하는 협상을 중단해야 했다.

소식통은 RBI 사건으로 인해 ECB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면서 ECB는 미국이 제재에 나서면 유로존 은행 시스템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CB의 우려는 그저 막연한 불안 때문이 아니다.

앞서 라트비아의 ABLV 은행은 미 재무부 제재로 아예 문을 닫았다. 미 재무부는 ABLV가 '제도적으로 돈 세탁'을 하고, 북한 제재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2018년 미 금융시스템 접근을 차단했다.

국제 금융망 핵심인 미 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면 은행 영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에 지점이 있는 유럽 은행의 한 고문은 "미국의 간섭에 따른 이번 ECB 대응은 유럽이 미국에 얼마나 크게 종속돼 있는지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유럽 기업들과 연관된 사안을 판단할 때 주도 세력이기보다는 추종자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 속에서도 ECB는 미국의 제재로 유로존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는 것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RBI의 경우 유럽 은행들 가운데 러시아 노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2026년까지는 러시아 대출을 현 수준의 3분의2 감축하라고 ECB가 지시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한다.

RBI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이미 러시아 대출을 56% 줄였지만 ECB는 러시아 영업 중단을 염두에 두고 이를 더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유로존 은행 가운데 러시아 노출 비중이 두 번째인 이탈리아 유니크레딧 역시 러시아 탈출 계획을 제출하라는 ECB 통보를 받았다. 다음달 1일까지 세부 계획을 ECB에 제출해야 한다.

은행들은 일단 러시아 지사 순익 본국 송금에 착수했다.

유니크레딧은 지난해 러시아 지사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이탈리아 본국으로 송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송금 규모는 1억3700만유로였다.


또 ECB의 직접 규제를 받지 않는 헝가리 OTP 은행도 지난해 러시아에서 1억3500만유로를 송금 받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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